[노영희 변호사의 법정 이슈(4)] 의류회사 미남 신입사원, 여성 상사들과 첫 회식에서...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입력 2015.06.08 07:36 수정 2015.06.08 13:23
# “시원하게 하소연할 곳도 없어서 여기다 글 씁니다. 몇 번 주변사람들에게 말해봤었지만 돌아오는 건 ‘부럽다’는 반응이나 ‘남자가 오죽 못났으면 그런 꼴을 당하느냐’는 핀잔뿐이더군요. 그러나 성적 모욕으로 인한 수치심은 여성들만큼이나 심각해요 정말. 전 작년에 어렵사리 서른이라는 늦은 나이에 의류업계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의류업계 회사이다 보니 여 사원이 많고 여 선배, 여상사가 좀 많은 편이에요.
문제는 첫 회식 때부터 발생했어요. 시간이 흐르고 술잔이 오고가다가 여자 상사와 선배들이 서로 저를 옆에 앉히려고 각축전을 벌일 때만 해도 웃어 넘겼고, 귀엽게 봐주시나 싶어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술자리가 무르익을수록 성희롱의 농도도 짙어갔어요. 술기운을 빌미로 상사들은 점점 저에게 가까이 다가와 몸을 밀착시켰고 아무렇지 않게 성기를 쓰다듬는 일도 예사였습니다. 질펀한 성적 농담도 난무했구요. 전 그날 상사에게 들었던 농담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한 상사가 갑자기 날 보면서 ‘OO씨는 새우 안주 많이 먹어. 그래야 잘 세우지’라고 말하더군요. 순간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는데 상사들과 동료들은 폭소를 터트리면서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고 있더군요. 뒤늦게 뜻을 알아 챈 뒤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희롱의 횟수는 늘어만 갔습니다. 술자리뿐만 아니라 사무실 안에서도 수시로 성희롱에 가까운 농담과 신체접촉이 일어났죠. 결국 저는 아무리 억울하고 분해도 홀로 화를 삭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여자들은 성희롱을 하고도 잘못한 게 없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성희롱을 당한 뒤 뭔가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는 여자들이 부러울 정도입니다. 더러워도 먹고 살려고 참고 있습니다. 군대보다 더 더럽네요. 지 멋대로 희롱하는데. 자존심 상하고 수치심은 말로 표현 못합니다. 여자들, 어리던 나이 들었던, 이쁘던 안 이쁘던 그런거 상관없던데요… 정말.”

# “제가 돈이 없어서 군대 전역하고 알바라도 뛰려고 생산직으로 바로 들어왔는데 보니까 희한하게 아줌마들이 많더라고요. 첫날에 출근하고 일하고 있었는데 어떤 아줌마가 절 엄청 반겨주고 이뻐해 주고 먹을 것도 사주곤 했습니다. 또는 제가 곱상하게 생겼다고 머리만져주고, 근데 문제는 여기부터입니다. 막 부담스럽게 들이대고 제 엉덩이를 주무르듯이 만지고 제 허벅지도 자기 멋대로 만지고 옆구리도 세게 잡고 팔짱도 멋대로 끼고 팔짱도 그냥 끼는 것도 아니고 팔짱끼면서 가슴으로 비비고 주책스럽게 저한테 오빠라고 부를 때도 있고. 이런 생활이 한 달 정도 갔습니다. 제가 왜 만지냐고 물으니까 하는 말이 아들 같다고 뻔뻔스럽게 말하지 않나, 자기는 결혼도 안한 독신으로 살아와서 외롭다고 나한테 그러고, 또 저한테 자기 집으로 같이 가자고 그러고 같이 오붓하게 술 한잔 하자 그러고, 기분이 왠지 찝찝하다해야하나 그냥 어떻게든 둘러대서 그냥 집으로 와서 신고할까 말까 아니면 내가 그냥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 알아볼까 생각중입니다.”

위 두 글은 우리나라 유명 포털에 올라온 것이다. 성희롱 내지는 성추행의 기준이 ‘피해자가 느끼는 주관적 성적 불쾌감’이라는 사실은 어지간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성적 불쾌감’이라는 주관적 요소와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즉, 남자가 여자를 상대로 성적 농담을 하거나 신체 접촉을 하면 안되지만, 남자는 여자가 스킨십을 하거나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우 흥분감을 느끼며 좋아하므로 괜찮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성적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으며, 오히려 이들의 고통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거나 핀잔을 주는 세간의 시선 때문에 더 큰 피해를 입기도 한다. 피해를 당한 남성은 가해 여성을 상대로 고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여 공개 사과, 행위자에 대한 경고, 재발 방지 약속 등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거나, 형법 소정의 강제 추행죄로 고소를 하여 형사 처벌을 받게 할 수 있다. 물론 별도로 가해여성으로부터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를 받을 수도 있다. 성추행이나 성희롱에는 남녀 구분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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