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중 로또 1등… 2년 만에 14억 탕진, 다시 절도범으로

진주=권경훈
입력 2014.03.06 05:23

[어느 30대男의 '인생 대역전']
당첨 8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혀 벌금 내고 풀려난 뒤 흥청망청
돈 다 떨어져 금품 훔치다 구속, 출소 뒤엔 스마트폰 상습 절도
검거 당시 지갑엔 복권 10여장 "차라리 당첨되지 않았다면…"

2005년 7월 경남 마산에 살던 수배자 황모(34·당시 25세)씨는 우연히 산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됐다. 로또에 당첨되기 넉 달 전 마산 시내 한 PC방에서 종업원을 폭행하고 20만원을 뺏은 혐의로 경찰에 쫓기던 그가 한순간에 '청년 갑부'가 된 것이다. 당첨금(19억원가량)은 세금을 빼고 14억원가량이었다. 황씨는 이 중 5억원을 아버지의 주택과 개인택시 구입 비용으로 썼고, 1억5000만원으로 형에게 PC방을 차려줬다.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그는 자신이 운영할 PC방을 차리는 데 1억원가량을 쓰고, 친구 등 3~4명에게 2000만~3000만원을 나눠주는 등 통 크게 선심도 썼다. 1억원 상당의 BMW 승용차도 샀다. 수배 중이던 그는 로또 당첨 8개월 만이던 2006년 3월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거액으로 변호사를 선임, 700만원의 벌금을 내고 2개월 만에 풀려났다. 이후 황씨는 남은 돈을 서울과 강원랜드 등으로 원정 도박을 다니고 고급 유흥주점 등을 들락거리며 모두 탕진했다. PC방 운영도 실패했다. 수중의 돈을 탕진하는 데는 2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황씨는 수중에 돈이 떨어지자 절도 행각을 시작했다. 2007년 4월 거제시의 한 금은방에 들어가 물건을 사는 척하며 150만원가량의 목걸이 2개를 훔치는 등 10여 차례에 걸쳐 금은방·편의점·오락실 등에서 500만원어치의 금품과 담배 등을 훔쳤다. 그러다 2008년 9월 불심검문에 걸려 구속됐다.

황씨는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이후인 2010년 무렵부터 다시 절도와 사기 행각을 벌이다 지명수배를 받았다. 이때부터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과 대포차량을 이용하고, 경남 창원 지역 등의 오피스텔과 모텔을 전전하면서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스마트폰 절도를 시작했다.

경찰은 "황씨가 작년 12월 경남 진주의 한 휴대전화 할인매장에서 최신 스마트폰 2대를 사는 척하며 300만원가량의 스마트폰 2대를 갖고 달아나는 등의 수법으로 지난 1년간 휴대전화 판매점과 아웃도어 판매장 등에서 135회에 걸쳐 1억3000만원가량의 스마트폰과 의류 등을 훔쳤다"고 말했다. 황씨는 훔친 스마트폰을 장물업자에게 개당 15만~100만원에 팔아 현금을 마련했다.

경찰은 "이런 도피와 절도 행각 와중에도 황씨는 복권 당첨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훔친 돈으로 매주 많은 복권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확천금'이라는 요행은 그에게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경남 진주경찰서는 휴대전화 상습 절도 첩보를 입수, 부산·경남 지역 사건 발생 장소 주변 CCTV 분석 등을 통해 3개월여 동안 추적한 끝에 창원 지역 한 모텔에 숨어 있던 황씨를 붙잡아 5일 구속했다. 경찰은 "검거될 당시에도 황씨의 지갑 안에는 로또·스포츠토토 등 복권 10여장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황씨는 경찰에서 "로또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것 같고,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으면 평범하게 살았을 것"이라며 "다시 출소하면 로또나 절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살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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