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출산 아냐?'… 몸집 큰 女승객에게 임신테스트 요구한 항공사

이윤정 기자
입력 2020.01.14 14:35
홍콩의 한 항공사가 미국령 사이판으로 가는 여성 승객의 ‘원정 출산’이 의심된다며 현장에서 임신테스트기를 들이밀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항공사는 ‘임신부와 비슷한 몸집을 가진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같은 확인 절차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국적의 니시다 미도리(25·여)씨는 부모님이 계시는 사이판을 방문하기 위해 홍콩에서 홍콩익스프레스항공 여객기에 탑승하려고 했다.

이때 항공사 측 직원은 니시다씨에게 임신테스트기를 건네며 현장에서 임신 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니시다씨는 입국 심사 당시 제출하는 서류에 임신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명시했다고 반박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결국 니시다씨는 임신테스트기를 통해 임신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한 뒤에야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니시다씨가 받은 허가서에는 ‘임신부와 비슷한 몸집이나 모양을 가진 것으로 관찰된 여성들을 위한 것’이라고 쓰여있었다. 니시다씨는 "매우 수치스러웠고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홍콩익스프레스 항공기./위키피디아
이에 대해 홍콩익스프레스 측은 WSJ에 "임신테스트기 확인은 2019년 2월부터 적용된 미국 이민법에 따른 것으로, 사이판 당국이 제기한 원정출산 우려 때문에 지난해 2월부터 사이판행 비행기에 대해 이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근 사이판과 같은 미국 자치령은 외국 여성들이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줄 수 있는 ‘간편한 방법’으로 인식되면서 인기 출산지역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사이판을 포함한 미국 자치령 북마리아나제도에서는 2018년 한 해 동안 주민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섬은 비자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특히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2013년부터 중국 여행사는 해당 섬을 방문하는 중국 임산부들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임신부가 미국 영토에 출입하는 것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출입국관리국은 관광객이 출산을 의도로 섬을 방문했다고 판단할 경우 입국을 거절할 수 있다.

사이판 당국도 지난해부터 해당 지역에서의 출산 관광을 제한하는 법안을 모색해왔다. 지난해 10월 3일자로 미국 국토안보부와 세관 및 국경보호국은 비자 면제 관광기간을 45일에서 14일로 단축했는데, 이 역시 미국 시민권을 노린 원정 출산을 막기 위해서다.

3일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