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푸드] 100년전 아재도 5전에 전주콩나물국밥·막걸리 한사발 '뚝딱'

뉴시스
입력 2020.01.14 07:10

근현대 호남 최대시장이던 전주 남부시장 일꾼들의 '아침국밥'
100년 넘는 역사…삼백집(1943년), 현대옥(1979년) 등 대를 이어
모두 국물이 시원하지만 토렴식 깔끔하고 직화식은 고소한 맛
지금도 콩나물 성장촉진제 첨가않고 하루 8차례 물로만 재배

23일 전북 전주시 현대옥 전주본점(전주중화산점)에서 직원이 토렴을 마친 콩나물 국밥에 국물을 넣고 있다.

어젯밤 기울인 술잔만큼 쓰린 뱃속. 이런 날 빠지지 않고 떠오르는 단골 음식이 있다. 뜨거운 국물을 먹으면서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터지는 '전주콩나물국밥'이다.

강원과 서울, 부산 등 전국 어디서든 전주집을 쉽게 볼 수 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으뜸 맛집은 전북 전주에 자리한다. 원조논란은 피할 수 없지만, 맛의 논란은 없다는 흔적들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다. 맛의 원조로 자리하기까지 어떠한 이야기들이 담겼는지 하나씩 짚어본다

◇ 원조논란 있어도 맛 논란은 없다…"족히 100년만 더 가자"

우리에게 친숙한 전주콩나물국밥의 역사는 족히 100년은 거슬러 올라간다. 멀게는 1926년 발간이 시작된 언론잡지 '별건곤'에서, 가깝게는 1943년 쓰인 '전주부사'에서도 전주콩나물의 유명세와 전주콩나물국밥이 등장한다.

별건곤 24호에서는 '한잔 톡톡히 먹고 속이 몹시 쓰린 판에는 탁백이국(전주콩나물국밥) 외에는 더 덥허 먹을 것이 없다'고 전주콩나물국밥을 언급하고 있다.

19일 전북 전주시 삼백집 전주본점에 대표 음식 '끓이는 방식(직화)'의 콩나물 국밥이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현재와 같이 판매를 시작한 것도 어림잡아 100년이라는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셈이다. 지금도 역사를 이어가며 전주를 대표하는 삼백집은 1947년, 전주에서 출발해 이제는 전국 어디서든 전주 맛을 알리는 현대옥도 1979년 문을 열었다. 손에서 손으로 비법들이 전해져 지금의 명성이 쌓인 것이다. 송영애 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 연구교수는 전주의 지리적 위치와 환경에서 전주콩나물국밥의 유명세를 찾았다.

송 교수는 "근현대사 전주 남부시장에는 전북과 전남, 제주도를 통틀어 가장 큰 장이 열렸다"면서 "전국에서 짐을 들고 온 상인과 시장에서 일하는 짐꾼들이 즐겨 먹던 아침밥에서 유명세가 출발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쁜 일과 속 따뜻한 국물에 찬밥을 말아먹는 것으로 그 탄생배경을 찾은 것이다. 값싸고 영양이 풍부한 콩나물국밥이 자연스럽게 상인들의 한 끼 식사가 됐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또 지리적으로 전북은 젓갈이 유명한 부안 곰소와 김제평야, 지금도 한우가 유명한 장수, 물맛이 좋아 콩나물 생산 농가들이 많았던 전주 등이 위치한다.

자연스럽게 가까운 지역의 생산물들이 전주 남부시장에 모여서 전주콩나물국밥을 탄생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옥 오상현 대표는 전주콩나물국밥의 역사를 부엌문화와 궤를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현재와 달리 조리기구가 적고 요리장소가 부뚜막이 전부였던 시절 자연스럽게 장사꾼들이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남부시장을 중심으로 콩나물국밥집들이 많아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23일 전북 전주시 현대옥 전주본점(전주중화산점)에서 오상현 대표가 콩나물 박물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토렴하면 콩나물·양념 아삭아삭한 식감 그대로 살아있어

전주콩나물국밥의 깊은 역사만큼 전통을 이어가려는 노력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사실 우리가 쉽게 부르는 전주콩나물국밥은 조리방법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이 중 하나는 현대옥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토렴식(남부시장식)이라고 불린다. 전통토렴식은 뚝배기에 떠놓은 식은 밥을 미리 끓여놓은 육수를 부었다가 따라내기를 반복해야 한다. 찬물에 담가 둔 삶은 콩나물도 같은 방법으로 뚝배기에 놓인다.

지금은 이 요리방법이 번거롭고 까다로워 거의 사라졌다. 그나마 현대옥은 전통방식을 적용한 소위 토렴응용식을 사용하며 소비자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과거 밥과 콩나물을 뚝배기에 넣고 토렴을 했다면, 이제는 뜨거운 국물에 토렴하는 방식으로 조금 변화를 줬다.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과 현재의 조리법이 어우러진 셈이다.

오 대표는 토렴식 전주콩나물국밥의 가장 큰 특징으로 깔끔한 맛, 신선한 맛, 시원한 맛을 꼽았다.


오 대표는 "토렴을 하면 밥과 뚝배기, 콩나물 등이 가장 먹기 편한 75도를 유지하게 된다"면서 "콩나물과 양념들도 아삭아삭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상태로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비법이 담긴 현대적인 맛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명성을 이어가고있는 것이다. 

23일 전북 전주시 현대옥 전주본점(전주중화산점)에서 오상현 대표가 콩나물 박물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국밥에 달걀 들어가는 직화식 예전엔 품많이 들어

또 다른 한쪽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삼백집을 중심으로 활성화된 직화식(삼백집식)이다.

삼백집의 가장 큰 특징은 달걀이 콩나물국밥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달걀이 익으려면 당연히 뚝배기를 끓여야 한다. 70년 전 변변한 가스레인지도 없던 시절 우리 부모들이 이용한 부엌을 연상하면, 얼마나 많은 손이 필요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루 300그릇을 팔아서 삼백집이라는 이름이 붙였다는 이야기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삼백집 최대원 경영기획실장은 "달걀을 국밥에 풀어서 손님들에게 판 것은 삼백집이 처음이었다"면서도 "밥과 콩나물, 그리고 달걀을 끓이면서 나는 고소한 맛과 시원한 맛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영애 교수는 전주콩나물국밥의 조리방법은 달라도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모두 식은 밥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양 방법 모두 뚝배기에 식은 밥을 넣은 후 밥알을 풀어서 조리를 시작하는 공통점이 있다.

송 교수는 "부엌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과거, 식은 밥을 해결해야 할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따뜻한 국물에 밥을 넣어먹는 문화가 발달해 전주콩나물국밥을 탄생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대학교 송영애 식품산업연구소 교수가 8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카페에서 1946년에 발행한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과 전주 콩나물에 기원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막걸리와 김치 곁들이면 콩나물국밥 풍성함 더해

전주콩나물국밥과 먹걸리는 땔 수 없는 궁합과 함께 과거부터 현재까지 서민들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꼽혔다. 전주콩나물국밥의 시원한 맛과 막걸리의 텁텁한 맛은 예로부터 좋은 궁합을 자랑했다.

별건곤의 1929년 제24호에서는 밥 한덩이와 막걸리와 전주콩나물국밥을 합해서 일금 오전(五錢)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주 음식이 평범 하지만 값이 싼 콩나물국밥은 특별 중 특별하다'고 100년 전 당시도 막걸리와 함께 즐겨 먹었음을 담고 있다.

송영애 교수는 "전주콩나물국밥은 곁들을 수 있는 음식이 많지 않다"면서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원한 맛의 특징을 가진 콩나물국밥과 텁텁함이 특징인 막걸리가 조화를 이뤄서 풍미를 더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주대학교 송영애 식품산업연구소 교수가 8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카페에서 1946년에 발행한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과 전주 콩나물에 기원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또 전주콩나물국밥의 맛을 더해 줄 최고의 반찬으로 김치를 꼽았다. 막걸리와 같이 김치의 매운 맛이 국밥의 시원한 맛을 넓혀준다. 현재 많은 음식점에서 주는 장조림과 젓갈, 김 등은 현대적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더하는 근본적인 이유들이다.

송 교수는 "전주콩나물국밥과 어울리는 최고의 반찬은 우리가 흔히 먹는 김치"라면서 "현재 변화하는 입맛을 사라잡기 위해 다양한 반찬이 곁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뭐니 뭐니 해도 국밥은 깨끗한 물과 콩나물이 맛 좌우

전통을 잇기 위한 노력은 식재료에서도 이어진다. 이중 전주콩나물의 유명세를 이어가려는 노력도 계속된다. 전통적으로 전주는 콩나물이 유명한 동네였다. 과거 교동과 풍남동, 서학동 등 곳곳이 콩나물 재배로 유명했다.
전북 전주시 전주한옥마을의 1958년도 쌍샘 전경 (사진=강문옥씨 제공).
전주부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언급됐다. 전주부사에서는 콩나물을 즐겨 먹는 까닭은 풍토병의 예방에 특효가 있다고 지목했다.

전주콩나물에서도 사정골 노내기샘의 물과 자만동 묵샘의 물로 길러 낸 것을 최고로 언급했다. 전주는 물이 많은 지역이었고, 자연스럽게 콩나물이 유명했다는 것이다.

이를 대변하듯 전주시는 교동에 존재했던 쌍시암(쌍샘)의 유래와 복원을 추진한다. 이처럼 과거 유명했던 샘과 물길, 콩나물의 품종, 재배방법 등 모든 부분이 달라졌다.
콩은 과거 오리알태와 쥐눈이 콩 등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품종 개량이 본격화되면서 4800여종까지 늘어났다. 과거 유명했던 샘도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현대적인 방법으로 전통을 이어가려는 노력들도 곳곳에서 이어진다.

당장 전주콩나물영농조합은 오롯이 물을 이용해 콩나물을 재배한다.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지만, 국산콩으로 하루 8번 물을 뿌려 콩나물을 재배하고 있다. 전주콩나물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이다.
19일 전북 전주시 전주콩나물 영농조합에서 양갑영 조합장이 콩나물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처럼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복고를 새롭게 즐긴다는 의미인 '뉴트로'가 전주콩나물국밥의 긴 역사속에서 그대로 담긴 것이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결합해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고 있는 셈이다.

전주콩나물영농조합 양갑영 조합장은 "콩나물은 가장 한국적인 식재료이다"면서 "콩나물은 우리나라에서 발원했고 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와 일본 일부 지역만이 먹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콩나물을 재배하기 위한 모든 상황이 변했다"면서도 "전주콩나물을 명성을 이어가고자 국산콩을 사용하고 성장촉진제를 첨가하지 않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전통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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