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삼 "목탄은 숲이 남긴 영혼의 사리...달빛 녹취록 풀었다"

뉴시스
입력 2020.01.14 07:09
이재삼 달빛
“목탄(Charcoal)은 나무를 태운 숯인데 나에겐 신성함으로 다가오는 재료다"

목탄 작가' 이재삼의 제34회 개인전이 서울 인사동 갤러리그림손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 '달빛 녹취록'처럼 검은 공간, 밤의 비밀이 드러난 듯한 작품은 '목탄 대가'의 승리감이 넘친다.

그의 화두는 "목탄으로 달빛이 채색된 정경을 그리는 것." 달빛소리, 달빛기운, 달빛 냄새를 목탄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다. 이번 전시에는 새롭게 표현한 홍매화 대작을 비롯하여 나무 시리즈, 물안개, 대나무, 폭포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에서 '숯'. 곧 목탄은 "숲의 육신이 마지막으로 남긴 숲에 대한 영혼의 사리"다. 그러므로 그에게 목탄은 드로잉의 재료가 아닌 회화의 일부분이자, 영혼의 표현체다.

자연의 형태를 숯을 이용하여 단순한 풍경이 아닌 대상의 그 너머에 있는 적막함과 어둠 속에 보이지 않는 침식된 풍경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한계를 초월한 화가의 집념과 내공이 숨쉰다.

초기에는 먹과 목탄을 함께 사용하다가 점차적으로 목탄을 중심으로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 꾸준히 목탄 작업을 한 작가는 2018년 제3회 ‘박수근미술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서 더욱 빛을 냈다.

주로 3~4m 대작에 작업하는 작가는 "자연의 힘과 기운을 표현하기에는 작은 캔버스보다는 거대한 캔버스를 통해 자연의 영혼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검은 풍경은 실경화다. 자연탐사를 시작으로 진행된다. 지역을 돌면서 필요한 풍경을 찾아 스케치를 한 후, 다시 작가의 생각과 구상을 더하여 작가만의 새로운 자연풍경으로 되살아 나는 작업을 되풀이하고 있다.

"나에게 목탄의 검은 빛은 검은 색이 아닌 검은 공간으로 존재한다.'
검은 풍경은 실재이면서, 실재가 아닌 풍경이고, 검은 공간은 추상과 구상이 공존하는 오묘하고 신묘한 풍경으로 환치된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숲으로 이루어진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과 사물 사이의 고유한 형상에 대한 그 너머가 만들어내는 적막함이며 무수히 많은 숲과 나무 사이의 깊고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 속에 비경을 담고자 하는 침식된 풍경이다. "

'검은 풍경'은 시간의 나이테로 만들어진다. 수많은 시간을 캔버스에 목탄을 문지르고 문질러서 화면 깊숙이 검은 공간을 품는다.


수도자의 수행과 같은 작업. “작가는 본능을 쫓는 사람이 아니라 본질을 쫓는 사람”이라는 그는 "단 하나의 목탄이 화면에 부딪쳐 으스러지는 가루에 나의 정신과 혼이 묻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자신의 온몸을 숲의 이미지로 환생시킨 목탄 덕분일까, 작가의 내공덕분일까. 깊은 어둠의 공간 속에서 기지개를 펴는 숲과 나무가 달빛에 비친 음혈의 신령한 존재로 드러난다. 전시는 16일부터 3월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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