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의 뉴스를 입다] '아우디 결혼', 부러우면 지는 거야~

최보윤 기자
입력 2020.01.14 03:00
얼마 전 탤런트 박영규의 네 번째 결혼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자, 그가 출연하는 KBS 주말극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네티즌들은 '두 번도 못할 것 같은데 네 번이라니!' '이것도 능력자' 등의 반응을 보이며 '드라마 제목이 박영규씨의 새 출발을 응원하기 위해 지어진 것 같다'는 등의 축하와 관심을 보였다.

'네 번의 결혼'은 흔한 일이 아닌 듯 보이지만, 세계적인 미래학자 짐 데이토가 이미 10년 전에 내다본 우리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데이토 교수는 세포 연구로 수명이 대폭 늘면서 네 번 정도 결혼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다만 그가 함께 강조했던 전망, 예를 들어 정당과 정치인이나 정치 영웅은 사라지고 인터넷 발전으로 직접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이란 가설은 우리 사회에 적용되기엔 아직 시차가 있어 보인다.

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한장면. /KBS
네 번의 결혼은 미국 뉴욕 부유층 여성들 사이에 한때 화제로 오르기도 했다. 0.01%의 부유층이 몰려 산다는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의 '민낯'을 보여준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2015)란 책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의 인기에 뉴욕 사립고등학교에 아이를 보내려는 엄마들의 독후감과 품평이 인터넷에서 불티나게 공유되기도 했다.

'아우디 결혼'도 이때 화제가 됐다. 사립 명문고의 높은 장벽을 뚫기 위해 부자를 찾아 네 번 이상 결혼하는 등 '혼테크'도 불사하는 학부모들을 꼬집은 것이다. 4개의 반지가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의 로고를 닮아 '아우디 결혼'이란 말이 나왔다. 드라마 소재로나 쓰일 것 같지만 할리우드 스타나 인터넷 신흥 재벌들의 천문학적 위자료를 보면 아주 없을 만한 이야기는 아닌 듯싶다.

결혼이란 건 제도적 형식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영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에 등장하는 영국 시인 W. H. 오든의 '장례식 블루스'는 그런 이들에게 다시 사랑을 말한다. "그는 나의 북쪽 남쪽 동쪽 그리고 서쪽이었다. 나의 노동의 나날이었고 내 휴식의 일요일이었고 나의 정오였고 나의 한밤중이었고 나의 이야기였으며 나의 노래였다."


조선일보 A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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