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85] 죽음의 키스를 사양 못한 사람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입력 2020.01.14 03:12

이한우 '선조 조선의 난세를 넘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윤선 전 문화부 장관은 머리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출세도 한 행운아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적폐 청산' 칼바람이 부니 조 장관이 몹시 측은하고 아까웠다. 법조 출신이라서 문화계를 잘 알지도 못할 텐데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을 수가 있겠는가? 그저 대한민국을 비방하고 비하하는 행위를 국가가 지원해선 안 된다는 정부 시책을 집행한 것 아니겠는가? 유능해서 인사권자 눈에 띈 것이 조 장관의 불운이었고 아까운 인재의 국가적 손실이었다.

지난주 '수요일의 대학살' 와중에 새로이 요직에 발탁된 검사들은 승진이나 영전 통지를 받고 그들의 임명권자에게 '각하, 이 쓴잔을 면하게 해 주옵소서' 하고 애원해야 했는데 희희낙락하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를 외친 모양이다. 필사적으로 해외 도피라도 해서 그 위험천만한, '주군'의 뜻을 받들면 국가를 훼손하고 국민을 배반하고 하늘의 섭리를 거역하는 것인 자리를 피해야 했는데. 찰나의 영화를 위해 검사의 명예에 먹칠을 하면서 인사권자를 위한 인간 방패가 되려는가? 그러면 조윤선 장관의 과오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반역 행위인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 말할 것 같으면 불과 며칠 사이에 수천 길 자기 무덤을 팠다. 그는 윤석열 총장의 수사진에 대한 대학살을 예고하고선 윤 총장에게 인사안도 주지 않고 '의견'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한다. 백지신탁 의견서를 내라고? 제출해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의견'을 즉각 내지 않았으니 '거역'이고 '항명'이라서 '징계'를 안 할 수 없단다. 윤 총장에게 인사위원회 개시 직전에 요식 행위 번개팅을 하자고 호출했다가 윤 총장이 의미 없는 소환에 응하지 않으니 살 떨리게 분했는가? 윤 총장이 자기 명령을 '거역했다'고 선언하면 지금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하는 윤 총장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선 느낌이 드는가? 이제 그 대학살의 여세를 몰아 검찰 조직을 융단 폭격해서 핵심 기능을 죽이고 이질적 외부 인사를 끌어들여 조직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다. 취임하자마자 3보 1배로 삼천리를 돌아도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짓다니.

조선 선조 때에 정여립 모반 사건으로 기축옥사(己丑獄事)가 일어났을 때 서인이었던 송강(松江) 정철은 우의정으로 국문을 총괄했는데, 모진 고문으로 수많은 동인(東人)이 매일 처참하게 죽어 나갔다. 그 직후에 유배를 당했던 정철은 지방관이었을 때, 그리고 유배지에서 '사미인곡' '속미인곡'등 주옥같은 작품을 썼는데 우의정을 하는 대신 유배를 갔다면 나라와 자신을 위해 얼마나 좋았을까?


조선일보 A33면
100주년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