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08] 호주 황무지와 유칼립투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입력 2020.01.14 03:12
앨버트 나마트지라(Albert Namatjira·1902~1959)는 호주 노던 준주(準州)의 서부 아렌테 부족민으로 호주 대륙 한가운데 있는 도시 앨리스스프링스에서 태어난 화가다.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거대한 붉은 바위 울룰루가 바로 여기에 있지만, 사실 앨리스스프링스는 사람이 살기는 어려운 사막 지역으로, 우리에게는 식당으로 잘 알려진 '아웃백,' 즉 도심에서 멀고도 먼 황무지다. 나마트지라는 야생 상태를 그대로 간직한 아웃백의 대자연을 서양식 화법으로 담아낸 최초의 원주민 화가로 많은 인기를 누리며 큰 성공을 거뒀다.

앨버트 나마트지라, 호주 중부의 유칼립투스 나무, 1956년, 종이에 수채화, 26.0×36.5cm, 애들레이드, 남호주 미술관 소장.
주름진 바위 협곡과 점점이 깔린 푸른 수풀은 서부 아렌테인들에게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세상이 시작된 신성한 곳이었고, 한 쌍의 순백색 유칼립투스는 과거 유목민이었던 그들의 기나긴 여정에 길잡이가 돼주는 소중한 이정표였다. 동틀 무렵부터 해 떨어지는 순간까지 미묘하게 다른 색으로 변화하는 색채를 잡아낸 나마트지라의 수채화는 뛰어난 기교뿐 아니라 원주민으로서 그가 품고 있던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더해져 신비롭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의 성공담은 원주민들이 받아온 차별의 흑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는 제한적인 시민권과 투표권, 역시 제한적인 토지 소유권과 주류 구매권을 받았던 최초의 원주민이었다.

나마트지라의 많은 그림에 등장해 호주의 상징처럼 된 두 그루의 유칼립투스는 지난 2013년 방화로 의심되는 불에 타 사라졌다. 원주민들은 영혼을 잃었다며 슬퍼했다. 지난해 9월에 시작된 호주 산불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영혼이 타버려야 불길이 잡힐지 모르겠다.


조선일보 A35면
100주년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