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화성 8차 사건서 국과수 감정서 조작 확인…진상 철저하게 규명”

조지원 기자
입력 2019.12.12 19:55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씨가 재심청구서를 들고 지난달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진범 논란이 제기된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관련 당시 수사 과정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결정적 증거가 된 감정서를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 중인 이번 사안을 직접 조사하기로 한 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전준철)를 전담수사팀으로 꾸린 상태다.

수원지검은 이날 "1989년 수사 당시 윤모(52)씨를 범인으로 최초 지목하는데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된 음모에 대한 국과수 작성 감성서가 실제 감정을 한 한국원자력연구원 감정결과와 (비교대상 시료‧수치가) 전혀 다르게 허위로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윤씨의 재심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다산은 8차 사건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에 대한 감정결과표 조작이 의심된다는 의견서를 지난 4일 검찰에 제출했다. 음모 성분을 분석한 핵종분석결과가 윤씨가 연행된 시점을 전후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윤씨 변호인단은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음모’에 대한 감정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두 음모가 동일인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윤씨 체모에 대한 성분 분석 결과에 맞춰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 분석 결과를 끼워 맞췄다는 주장이다. 특히 윤씨 유죄 증거가 된 감정결과표에 4가지(As-76, Au-193, K-42, V-52) 핵종결과가 없는 것은 검사 결과를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누가 어떠한 경위로 국과수 감정서를 조작했는지 등 모든 진상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규명할 예정"이라고 했다.

검찰은 직접 수사에 나선 배경도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에 의해 재심 청구시 검사는 법원 요청에 의해 의견을 제시하게 돼있는데, 의견제시에 앞서 사실관계와 증거확인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검찰은 사건 초기부터 직접 조사를 검토했으나 경찰이 이미 재수사에 착수한 점, 재심청구인 측도 경찰 수사를 지켜보고 싶다는 의견을 개인한 점을 감안해 직접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재심청구인 측에서 당시 경찰 수사 과정상 불법행위와 국과수 감정결과에 대한 여러 의혹을 제기해 검찰 직접 조사와 재심 관련 의견을 신속히 제출해달라는 촉구의견서를 제출했다"며 "법원으로부터 재심 관련 검찰 의견 제시를 요청받은 상황에서 수원지검이 불가피하게 직접 조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박모(당시 13세)양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안이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상소했지만, 2심과 3심 모두 기각됐다. 20년 동안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진범 이춘재(56)가 자백한 뒤인 지난달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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