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단체, 허가도 없이 광화문광장서 'NL 원로' 영결식 ...서울시 "m² 당 12원 변상금"

권오은 기자
입력 2019.12.10 15:12 수정 2019.12.10 15:16
‘전교조 전신’ 전교협 의장 故 오종렬씨 영결식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 신청도 안 해…서울시 "변상금 m²당 12원 부과"
이재명 경기지사·김명환 민노총 위원장 등 700여 명 참석
한국진보연대 결의문서 "미군 철수·국보법 폐지" 주장

진보·좌파 성향 단체들이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故) 오종렬(81) 한국진보연대 총회의장의 영결식을 열었다. ‘NL(민족해방)계열 운동권 원로’로 통하는 오씨는 지난 7일 숨졌다.

광화문광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7일 이전에 별도로 사용 신청해야 하지만, 진보·좌파 단체들은 사용허가 신청서를 접수하지 않고 영결식을 강행해 사실상 광화문 광장을 불법 점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는 9시간 동안 광화문광장을 불법 사용한 좌파 단체에 제곱미터(m²)당 12원의 변상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변상금 총액은 25만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광화문광장 9시간 동안 불법 점유…무단 사용 변상금 약 25만원 부과될 듯
이날 오전 9시부터 운구 행렬이 서울광장에서 광화문 북측광장으로 행진했다. 오씨의 사진 뒤로 운구차와 상여, 깃발 등이 따랐다. 깃발에는 ‘민중해방 세상으로’ ‘사대를 혁파하라’ ‘평화통일 민중평화’ 등 문구가 적혔다. 행진 참가자들은 "의장님의 염원이다. 조국통일 완수하자" "자주 평화 평등 세상 실현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10일 오전 고(故)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의장의 운구행렬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를 행진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오전 10시쯤부터는 광화문 북측광장에 오씨의 영결식이 ‘민족통일장(葬)’이라는 이름으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상규 민중당 대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등 7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조사를 통해 "지난달 전국민중대회에서 증명했듯, 노동자 민중의 막을 수 없는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며 "오종렬 의장님의 결의를 받아 모든 노동자 민중과 드팀 없이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진은 도로를 관리하는 경찰에 신고가 됐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에는 광장 사용 관련 신청이 따로 없었다. 서울시 조례에 따라, 광화문광장을 사용하려면 사용 희망 일자로부터 60~7일 전에 사용허가 신청서를 내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는 신고 없이 광화문광장을 사용한 만큼 조례에 따라 무단 사용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변상금 기준을 보면 1시간에 제곱미터(m²)당 12원가량이 책정된다. 실제 사용 면적이 절반을 넘으면 전체 면적을 사용한 것으로 간주해 변상금이 부과된다. 이날 영결식이 진행된 곳의 광화문 북측광장의 전체 넓이는 약 2300m²(약 700평)다. 또 실제 영결식을 진행한 시간 외에 무대가 설치된 시점부터 철거 때까지를 기준으로 한다. 이날 무대 설치가 시작된 오전 4시부터 철거된 오후 1시까지 9시간의 사용시간을 따져보면 약 25만원 가량이 변상금으로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공화당이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설치했을 때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며 "기준 액수 자체가 작아서 변상금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분향소를 세우거나 고정 시설물을 설치하면 계고장을 발부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짧은 시간 진행된 행사에 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행정조치가 많지 않다"고 했다.
◇진보단체들 "미군 철수·국보법 폐지돼야 진정한 해방…우리 민족끼리 통일"
한국진보연대는 이날 발표한 결의문에서 "이 땅 민족과 민중은 의장님과 함께 그 어둡던 혼돈의 강을 함께 건넜다"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장에서, 광주·군산·평택·인천 등에 또아리 튼 미군기지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단식농성장에서, 광우병 촛불에서 의장님과 함께 싸웠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촛불 항쟁의 선봉이 됐고, 촛불 민중과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해방은 오지 않았다"며 "미군이 철수하고, 국가보안법이 폐지돼야 진정한 해방이다. 외세를 몰아내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을 이루는 그날까지 우리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10일 오전 고(故)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의장의 영결식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권오은 기자
오씨는 1938년 11월 전남 광산군(현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태어났다. 1961년 교원으로 임용돼 교사로 재직하다 1988년 전교조의 전신인 전국교사협의회 의장을 맡았다. 1989년 전교조 초대 광주지부장을 지내다가 구속 수감되면서 해직됐다. 1994년에는 이적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광주전남본부 결성을 주도하고 이적 표현이 담긴 유인물을 10여 차례 제작·배포한 혐의로 2년 8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다.

2002년 여중생 두 명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이른바 ‘미선이·효순이 사건’ 당시 ‘여중생 범대위’ 대표를 맡았고, 한·칠레 FTA 반대, 한·미 FTA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등의 시위 농성을 주도했다. 2008년에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대표로 광화문광장에서 폭력 시위를 주도해 구속돼 2009년 출소했다. 2014년부터 간경화 등으로 건강이 악화됐던 오씨는 지난 7일 오후 10시 57분쯤 숨졌다.

오씨의 장례 절차는 오는 11일까지 이어진다. 같은 날 오전 광주광역시 5·18민주광장에서 금남공원으로 행진하며 노제를 진행한다. 장지(葬地)는 광주광역시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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