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52시간제 최대 1년 6개월 유예…특별연장근로에 '경영상 이유'도 포함

박진우 기자
입력 2019.12.10 11:24
기본 1년 계도 기간에 기업 규모 따라 3~6개월 추가
고용부 "처벌 보다는 안착시키겠다는 것"
근로기준법 위반 신고의 경우 4개월 시정기간 부여
특별연장근로 허용 사유로 일시적 업무량 급증도 포함
노동계 "경영계 요구 그대로 수용" 반발

정부가 50~299인 기업의 주 52시간 근로제의 안착을 위해 중소기업에 최대 1년 6개월의 계도기간을 부여한다. 또 근로자가 사업주를 주 52시간제 위반으로 고용 당국에 신고할 경우 처벌 없이 4개월의 시정 기간도 주기로 했다. 재난 등 특별한 상황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로 이뤄지는 특별연장근로 사유에는 ‘경영상 이유’가 포함된다.

정부가 내년 시행 예정인 ‘50~299인 기업의 주 52시간제 도입’에 대해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등의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지난달 18일, 직장인으로 보이는 한 시민이 광화문네거리를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고용부는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정부 보완대책’을 발표하고, 시행규칙 개정 등의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국회 계류 중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현행 3개월→6개월)이 정기국회 회기 마감날인 10일까지 처리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행정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부 방침은 주 52시간제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되, 시행규칙을 개정해 도입 시기를 늦춰 중소기업에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방안이다. 계도기간은 1년을 기본 적용하고, 50~99인 기업은 추가 6개월, 100~299인 기업에는 추가 3개월을 준다. 이에 따라 50~99인 기업의 경우 내년 6월 말까지 최대 1년 6개월 동안은 주 52시간제를 적용하지 않아도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주 52시간제를 지키지 않는 사업주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52시간제가 규정된 근로기준법을) 그 법을 무력화하거나 무효화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법을 시행하되, 일정 기간 계도기간을 부여하면서 그동안 단속보다는 안착을 위한 지원 활동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근로자가 사업주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용 당국에 신고할 수는 있다. 이에 대해서는 4개월의 시정 기간을 부여키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진정이 들어올 경우에는 근로감독이 이뤄지지만 조사 과정에서 사업주의 노력을 감안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고용부는 고용부 장관이 인가해 이뤄지는 특별연장근로의 사유에 ‘경영상 이유’도 포함할 방침이다. 현재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에서 규정하는 특별연장근로의 경우 ‘재난이나 이에 준하는 사고 발생 시’에만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에도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근로시간에 대한 규정은 엄격히 하면서도 특별연장근로에 대해서는 조금 더 넓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라며 "다른 나라 사례에 맞춰 (연장근로를 해야 하는) 특별한 사정에 경영상 이유까지 확대해서 해석을 하려는 계획"이라고 했다.

특별연장근로는 법으로 정해진 근로시간(기본 40시간·연장 12시간) 외 더 많은 시간을 일할 수 있도록 고용부 장관이 특별한 사유에만 허용하는 것으로, 최근엔 일본 수출 규제 품목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방역 관리 분야에 대해 허용됐다.

노동계는 고용부의 이같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52시간제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희박하다"며 "경영계의 요구를 정부가 그대로 수용해버린 것"이라고 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도 "정부는 물론, 여당까지도 그동안 꾸준하게 52시간제에 대해 보완이나 유예 등의 말을 해왔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법 시행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기에 이런 대책을 얘기하는 건 정부의 직무 방기"라고 했다.

정부의 주 52시간제 계도기간 부여 방침에 대해 현재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한국노총은 정부 주도의 사회적 대화 불참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3일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