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윈터 미팅' 개막… 보라스 쇼 시작됐다

장민석 기자
입력 2019.12.10 03:36

[거래의 시즌, 보라스 독무대]

최대어 3인방부터 류현진까지 모두 수퍼에이전트 보라스 고객
최고액 기록 잇따라 갈아치워… 그동안 총 2조8000억원 계약
NASA 엔지니어·경제학자 등 드림팀이 연봉협상 전략 수립

바야흐로 윈터 미팅의 계절이다. 매년 12월에 열리는 '베이스볼 윈터 미팅'은 메이저리그 30구단은 물론 마이너리그 구단 관계자와 에이전트, 언론인 등이 모여 나흘간 야구와 관련한 여러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 윈터 미팅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9일(한국 시각) 개막해 13일까지 열린다. 미국 야구 관계자 수천 명이 참석하는 자리인 만큼 계약과 이적 등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히 오간다. 윈터 미팅에서 성사된 대표적 계약이 2011년 앨버트 푸홀스(39)가 LA 에인절스와 맺은 10년간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짜리 계약이다.

◇보라스의 화려한 고객 리스트

2019 윈터 미팅은 보라스로 시작해 보라스로 끝날 분위기다. 올 시즌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 3인방이 모두 '수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67·미국)의 고객이다. 미국 언론들이 "보라스가 모든 패를 쥐고 있다" "이번 윈터 미팅은 '보라스 쇼'"라며 호들갑을 떨 만하다.

올 시즌 FA인 보라스의 고객들 그래픽이미지 크게보기
/사진=AFP 연합뉴스, 로이터 뉴시스, 게티이미지코리아, AP 연합뉴스

보라스가 보유한 FA '빅 3'는 게릿 콜(29·휴스턴 애스트로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1), 앤서니 렌던(29·이상 워싱턴 내셔널스)이다. 콜은 올 시즌 리그 탈삼진 1위(326개)와 다승 2위(20승 5패)를 기록한 최고 투수다. 스트라스버그는 이번 '가을 야구'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98의 빼어난 피칭으로 내셔널스를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다. 역시 내셔널스 우승 주역인 렌던은 리그 타점 1위(126개)의 강타자다. 여기에 류현진(32·LA 다저스)도 있다. 부상 이력과 나이 때문에 콜과 스트라스버그에겐 미치지 못하지만, 올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 1위(2.32)에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를 기록하며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우뚝 섰다.

◇돈이 곧 실력

보라스에게 우수 고객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수완을 발휘해 천문학적 돈다발을 안겨주는 능력에 관한 한 최고이기 때문이다.

보라스는 야구 선수 출신이지만,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이너리그에서 무릎을 다쳐 일찍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변호사로 일하던 중 1985년 마이너리그 시절 동료를 대신해 연봉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게 본격적으로 스포츠 에이전트의 세계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그 후 보라스가 손을 댄 계약은 메이저리그의 역사가 됐다. 거의 1년 단위로 계약 총액 5000만달러(1997년 그레그 매덕스), 1억달러(1998년 케빈 브라운), 2억달러(2000년 알렉스 로드리게스) 시대를 처음 열었다. 보라스로 인해 MLB 전체 연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한때 보라스의 상술에 놀아난다고 판단한 구단들이 보라스 선수들을 외면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보라스와 전쟁을 선언하면서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뜻을 이어나가기엔 보라스의 고객이 너무 많았고, 또 뛰어났다. 현재 보라스의 고객은 100여명. 보라스 코퍼레이션이 그동안 맺은 계약 총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23억8000만달러(약 2조8000억원·포브스 추산)다. 수수료로 1억1880만달러(약 1400억원)를 가져갔다.

◇이번엔 속전속결?

LA 인근에 있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는 80여 명이 일한다. 스카우트와 피지컬 트레이너, 스포츠 심리학자는 물론 NASA(미 항공우주국)에서 일한 컴퓨터 엔지니어, MIT 출신 경제학자 등도 함께한다. 이들은 고객 데이터를 상세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해 연봉 협상에 유리한 방향으로 보고서를 만든다.

이 보고서를 가지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 보라스는 두둑한 배짱과 심리전으로 구단을 압박한다. 그가 '선수들에겐 천사, 구단엔 악마' 소리를 듣는 이유다. 최근엔 아쉬울 것 없다는 태도로 계약을 늦추면서 구단들의 애를 태워 대형 계약을 성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브라이스 하퍼의 3억3000만달러 계약도 시즌 개막을 눈앞에 둔 올해 3월에 이뤄졌다.

이번엔 '속전속결'을 선언했다. 보라스는 "이번 미팅을 영화 제목에 비유하자면 '분노의 질주'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겨울엔 고객이 너무 많아 늦추다가는 '집안 정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윈터 미팅 첫날인 9일, 뉴욕 양키스가 콜에게 투수 역대 최대 몸값인 7년간 2억4000만달러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겨울은 보라스의 시간이다.


조선일보 A29면
100주년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