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들이대고 "못생겼다"… 막나가는 '야방'

조유미 기자
입력 2019.12.10 03:16 수정 2019.12.10 20:30

노숙자들 싸움 장면 찍으며 얼굴 모자이크 안하고 노출
온라인에 신상 유포된 사람들, 악성댓글·성희롱에 시달려… 신고땐 초상권 침해 처벌 가능

지난달 29일 오후 9시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클럽거리 인근. 남성 2명이 동영상 촬영을 하며 여성들에게 다짜고짜 "이따 저희랑 술 마실 생각 없느냐"고 묻고 다녔다. 카메라를 들이밀자 여성들은 불쾌한 표정으로 "됐다"고 말하거나, 황당한 듯 카메라를 봤다. 이들은 이날 길거리 여성 수십명에게 "인터뷰하자"며 말을 걸고, 여성 외모를 평가했다. 최근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야방(야외방송)' 촬영 현장이다.

국내에서 유튜브가 연령대를 불문하고 확산하는 가운데 광고 수익을 노린 야외방송이 급증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상자 의사와 상관없이 무단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는 데다, 여성과 노숙인 등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어 초상권과 인권 침해 문제가 제기된다.

지난 1월 서울역에서 노숙인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한 유튜브 방송은 이 장면을 모자이크 없이 공개했다. /유튜브

야외방송은 유튜브에서 인기 콘텐츠다. 조회 수에 따라 돈을 버는 진행자들 입장에선 '효도 영상'으로 통한다. 업계에선 5000명 이상이 이런 방송을 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생방송한다는 소문이 나면 순식간에 시청자 수백명씩 몰리기도 한다. 폭행이나 욕설 같은 돌발 상황이 벌어져 소문이 나면 조회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유튜버들이 일부러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지난 4월 유튜버 A씨가 강남역 인근에서 수십명의 여성에게 "못생겼다"고 말한 뒤 반응을 녹화한 4분 남짓한 영상은 조회 수 108만회를 기록했다. 또 다른 유튜버는 촬영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의상 노출이 심하다" "몸매가 좋다"며 특정 여성들 모습을 수 분간 찍어 올렸다.

이렇게 온라인상 얼굴이 유포된 사람들은 성희롱·혐오성 악성 댓글의 표적이 된다. 지난 10월 '할로윈 야방'이란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라온 이태원 길거리 야외방송 영상은 34만회 조회됐다. 600여명이 댓글을 달았는데, 촬영된 여성들을 '영상 시작 후 ×분×초쯤 등장하는 여성'이란 식으로 지목하며 "몸매가 죽인다" "싸 보인다" 등의 글을 썼다.

노숙인도 마찬가지다. 유튜버 C씨는 올해 9월 노숙인들이 서울역에서 나눠주는 빵을 받기 위해 달려가고, 이 과정에서 서로를 폭행하는 장면 영상을 올렸다. 댓글난에 "(노숙인들을) 그냥 죽게 내버려 둬라" "인간의 모습을 한 짐승 X끼들 같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초상권 침해'라고 했다. 사전 동의 없이 촬영해 유포한 영상에서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얼굴 등이 드러나면, 초상권 침해 등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사는 "촬영하며 외모를 평가하고, 자극적인 발언을 하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이를 신고하기는 쉽지 않다. 촬영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방송 진행자들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은아(27·인천 서구)씨는 "친구들과 술집에 있는 모습이 나도 모르게 유명 남성 유튜버 방송에 생중계되고 있었다"며 "나중에 방송을 본 지인이 알려주기 전까지 알지도 못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A16면
3일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