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와 맞춤코드' 전·현직 경찰 간부들 줄줄이 총선행

이동휘 기자
입력 2019.12.10 03:00

[드러나는 靑 선거개입] 적어도 4~5명 출마할 듯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들의 내년 총선 물밑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9일 북콘서트를 연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을 비롯한 현직 경찰 고위 간부는 물론, 이미 경찰복을 벗은 퇴직 경찰 간부들 역시 본격 총선 준비에 나서고 있다. 경찰관 출신 후보자가 적어도 4~5명은 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대 국회엔 현재 8명의 경찰관 출신 국회의원이 있다.

최근 퇴임했거나 퇴임을 준비 중인 경찰관은 대부분 여당(與黨) 소속으로 출마할 것으로 점쳐진다. 스타트는 원경환 전 서울경찰청장이 끊었다. 8월 명예퇴직한 뒤 고향인 강원도 평창으로 내려가 '표밭갈이'에 몰두하던 원 전 청장은 10월 출판기념회를 열고 "내년 총선에서 태백·영월·평창·정선·횡성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11일 더불어민주당에 공식 입당하며 본격적으로 총선 레이스에 오를 예정이다.

현직에선 임호선 경찰청 차장이 대표적이다. 임 차장은 최근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명예퇴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9일 본지 통화에서 "공직에 있는 동안에는 정치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배웠다"며 "제 거취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임 차장은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한 김용옥씨 저서 3권 등을 신입 순경 교육기관인 중앙경찰학교에 기부하고, 페이스북에 그 사실을 공개한 인물이다. 임 차장은 이번 도서 기부에 대해 "지난 20년간 자비로 매달 기부해왔고, 기부한 책이 총 1400권"이라며 정치적 의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역에선 충북 진천 출신인 임 차장이 내년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충북 중부 3군(증평·진천·음성)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돈다. 성향도 여당과 맞는다. 임 차장은 경찰 내부에서 '경찰 수사권 독립' 사안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물"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에 걸려 시한 내 퇴임 여부가 불투명한 황운하 대전경찰청장도 출마한다면 여당 소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회 입성을 노리는 다른 몇몇 현직 경찰 고위 간부도 이르면 이달 중순 정기 인사를 전후해 사표를 낼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들에 앞서 2016년 10월 퇴직한 이상식 전 부산경찰청장은 지난달 29일 대구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대구 수성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전 청장 출판기념회는 평일(금요일) 오후 4시에 열렸음에도 지지자와 어청수 전 경찰청장 등 전직 경찰관, 기업 관계자들로 행사장이 가득 찼다. 한 참석자는 "큰 행사장에 시작 30분 전 도착했는데도 자리가 없더라"라고 했다. 6월 출판기념회를 마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대구 달서병 자유한국당 경선에 나선다.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 경우, 해당 인물과 인연이 있는 현직 경찰관들이 그들의 보좌진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크다. 2016년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현직 경찰관들로 국회 보좌진을 꾸렸다.


조선일보 A8면
100주년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