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친북 집회와 우상 숭배

안용현 논설위원
입력 2019.12.10 03:16

지난 8월 서울 광화문광장에 동요와 만화영화 음악이 흘렀다. 무대에 오른 어린이 10여 명이 동심을 노래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음음 자한당은 토착 왜구" "매국노 자한당 후후 불어서 섬나라 보내자" 등의 노랫말이 아이들 입에서 튀어나왔다. 옛 통진당 세력 등 친북(親北) 단체가 정치 집회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를 도구로 이용한 것이다. 이 동영상에는 "여기가 북조선이냐"는 댓글이 달렸다. 북 집단 행태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반미·반일 시위라면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에 올라가 "지소미아 파기 방해하는 미국 규탄" 시위를 하고 일본 방송사 서울 지국을 무단 침입했다. 미 대사관저 담도 뛰어넘었다. 미·일만 없어지면 한반도 평화가 저절로 오는 것처럼 주장한다. 그런데 미 대사관저 담을 기어오를 때 드러난 운동화 상표를 보니 '미 자본주의 상징'이라는 회사 것이었다.

▶작년 말 김정은 방한을 환영한다는 단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김정은이 '위인'이라는 '위인맞이 환영단' '백두 칭송 위원회' '꽃물결 예술단' 등 이름은 다양했지만 뿌리는 통진당 세력으로 연결돼 있다. 김정은 어서 오라며 광화문 네거리에서 춤추고 노래 불렀다. '환영 예술제'에선 진분홍색 북한식 꽃술을 흔들고 함성을 질렀다. 평양 시내에 김정은이 등장하면 이런 광경이 펼쳐진다. 연극에선 "주한 미군 나가고 5조원 대학생들에게 나눠 주니 이게 '백두 신령님'의 능력"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신령'이란다. 북한식 우상화다.

▶엊그제 친북 성향 집회는 청와대 인근에서 그랜드 피아노 50대, 통기타 100대, 하모니카 100대 등을 무더기 연주하며 '이석기 석방'을 요구했다. 21세기에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 때처럼 피아노 독주로 지친 시위대를 위로하는 경우는 있어도 악기를 '인해전술'처럼 시위 무기로 쓰는 건 보지 못했다. 이석기 사진이 붙은 피켓을 들고 "우리가 이석기"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석기 우상숭배 집회 같았다.

▶친북 집단의 행사나 시위를 보면 '우상숭배'와 같은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과거 주사파 전대협의 행사 때도 20대 초반 '전대협 의장님'의 등장은 거의 '수령님' 행차 수준이었다. 북한을 추종하다 보니 '북한식'이 좋아 보이고 익숙해진 탓일까. 이석기 석방 시위 참가자들은 북소리에 맞춰 춤추며 "야만을 떨치는 정의의 북소리"라고 했다. 북한에 가서 '야만을 떨치는 정의의 북소리'를 내며 춤췄으면 한다.


조선일보 A38면
3일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