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책 홍보 이어 록밴드, 딴청으로 의혹과 위기 없어지나

입력 2019.12.10 03:19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방한한 록밴드 'U2'의 리더이자 사회운동가 보노를 만나 "독일 통일 이후 한국민도 남북 평화와 통일 열망이 강해졌다"며 "공연 도중 남북한 평화 통일 메시지도 내줘 감사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보노 접견을 위해 수석·보좌관 회의도 연기했다. 대통령이 보노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이 그럴 때인가. 대통령 부인이 공연을 관람한 것으로도 모자랐나.

북한이 ICBM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이 적대 행위를 하면 다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반도 상황이 그동안의 가면을 벗고 다시 심각한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지금 한국민은 대선을 위해 무엇이든 하려는 트럼프와 이를 알고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김정은 사이에 끼여 있다. 한·미 정상이 7개월 만에 통화를 가진 후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최근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고 발표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까지 미루며 록밴드 가수를 만나 "국민의 평화 통일 열망이 강해졌다"고 했다. 안보 최고 책임자가 때도 가리지 못하는 이 모습이 국민에 어떻게 비치겠나.

현실과 동떨어져 딴 세상에 사는 것 같은 대통령의 행태는 이뿐 아니다. 경찰을 동원한 선거 공작과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에 대한 비리 비호 의혹이 매일 나라를 들썩이고 있다. 전 정권의 적폐와는 차원이 다른 중대 범죄다. 모두 문 대통령이 지극히 아끼는 두 사람을 돕기 위해 벌어졌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대통령이 두 사건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가 사건의 핵심이다. 국민은 이것을 궁금해하는데 청와대 관계자들이 내놓는 해명은 하루도 못 가 뒤집히고 서로 엇갈린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 두 사건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선거 공작에 관련된 전 수사관이 자살했던 지난주 일요일에는 자신이 휴가를 내고 읽었다는 책을 홍보했다. 이번에는 록밴드 가수를 만나 '평화'를 얘기했다. 대형 의혹과 위기를 자초한 대통령이 딴청을 피운다고 의혹과 위기가 없어지나.
조선일보 A39면
3일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