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를 국회로"...검찰 비판 쏟아낸 '황운하 북콘서트' 시민 수백명 성황

대전=김우영 기자
입력 2019.12.09 22:39 수정 2019.12.09 23:03
‘총선 출마 의지’ 황운하 청장, 고향 대전서 북콘서트 열어
사인 받기 위해 100m 줄 서…"청장님 힘내세요" 응원도
"총선 출정식 방불"…‘선거법 위반’ 논란에 선관위 직원도 참석
검찰 비판 쏟아내…"국회의원 아니더라도 좋은 정치라면 뭐든 할 것"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 의혹 수사를 총지휘했던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전 울산경찰청장)이 9일 대전에서 북콘서트를 열었다.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혀온 황 청장은 청와대의 ‘하명(下命) 수사’ 의혹에 대해 "검찰과 야당이 만들어놓은 거짓 프레임"이라고 주장하면서 검찰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9일 대전에서 열린 자신의 북콘서트에 앞서 시민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대전=김우영 기자
◇ ‘황운하 북콘서트’ 에 수백명 참석… ‘총선 출정식’ 방불
이날 오후 7시 대전 중구 시민대학 식장산 홀에서 열린 황 청장의 책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는 전·현직 경찰과 시민 수백 명이 참석했다. 271석 규모의 행사장에서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자리를 찾지 못한 일부 시민은 바닥에 앉은 채 북콘서트에 참여했다. 주최 측은 최소 4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9일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의 북콘서트가 열린 대전시민대학 식장산 홀이 참석자들로 꽉 차 있다. 주최측은 이날 행사에 4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전=김우영 기자
행사에 앞서 황 청장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책 사인회도 가졌다. 행사장이 마련된 2층부터 건물 앞까지 100여m에 이르는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작가님 힘내세요" "저희는 황 청장님을 응원합니다"라고 외쳤다. 행사장 문 바로 앞에는 '황운하 작가님에 대한 질의나 전해드리고 싶은 내용을 적어달라'는 게시판이 놓여 있었다. 게시판엔 "4월 총선에 꼭! 승리하시길" "쫄지마!! 응원합니다!!" "황운하를 국회로" 등 황 청장을 응원하는 포스트잇 수십 개가 붙었다. 경찰 안팎에선 총선 출정식을 방불케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북콘서트를 놓고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이 제기되자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도 행사장을 찾았다. 선관위 측은 "행사 내용 중 선거 운동 여부 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통상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를 의식한 듯 행사장에는 정치인들의 축하 화환은 없었다. 다만 친여 성향 정치 평론 유튜브 채널 ‘최인호TV’에서 보낸 화환은 있었다. 황 청장은 행사에 앞서 "아직 현직 공무원 신분이어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환호 등은 마음으로만 받겠다"고 했다.

9일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의 북콘서트가 열린 대전시민회관 식장산 홀 2층 행사장 앞에 마련된 포스트잇 게시판. 시민들은 ‘검찰개혁 화이팅' ‘황운하를 국회로' ‘황운차 청장님 사랑합니다' 등의 글귀를 포스트잇에 적어 붙였다. /대전=김우영 기자
◇ "검사들은 오만함에 젖어있다"…검찰 비판 쏟아낸 황운하
경찰 내 대표적인 수사권 독립론자이자 '검찰 저격수'로 불려온 황 청장은 약 1시간 50분간 진행된 북콘서트에서 검찰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황 청장은 검찰이 수사 중인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해 "검찰이 ‘하명수사’ ‘선거개입 수사’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언론에 조금씩 흘리는 방식으로 여론몰이를 한다"며 "보수언론은 이런 검찰이 흘려주는 기사를 가지고 여론몰이를 하면서 정부를 공격한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셈"이라고 했다.

또 그는 "대한민국 검찰은 수사를 할 때, 미리 자신들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놓고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번엔 절대 검찰 뜻대로 안 될 거다. 제가 여론의 흐름을 보니, 하명수사 프레임이라고 공격하는 측의 논리가 점점 약해지는 게 보여진다.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황 청장은 검·경 갈등의 대표적 사례인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에 대해서도 "당시 검찰이 수사를 방해해 제대로된 수사를 하지 못 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들이 법 위에 군림한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검사들은 오만함에 젖어있다"며 "불법 고래고기 유통업자와 검찰 출신 변호사 등의 모종의 유착관계가 의심돼 내사를 진행했지만, 검찰 측에서 경찰 출석도 무시하고, 협조도 안 해줬다"고 했다.

이어 "최근 진행되는 사례를 보면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것을 방패로, 수사권을 무기로 오로지 자신들 조직의 이익만을 위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며 "검찰이 비선출 권력이라 정당성이 없는데도 선출된 권력을 향해 자기네들의 잣대로 도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다. 고래고기 사건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선 "경찰은 검찰처럼 센 권력기관이 되지 않는다"며 "예컨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도 국회 인사청문회 때 의혹이 제기되면 다 수사를 할 것인가? 이게 검찰이 해야할 수사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은 검사가 기소권과 수사권을 다 갖고 있다"며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기소권을 안 주면 (검찰이) 김학의 사건처럼 다 말아먹는다. (공수처는) 검찰이라는 괴물을 견제할 수 있는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했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9일 오후 대전 중구 시민대학 식장산 홀에서 열린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회의원 아니더라도 좋은 정치라면 뭐든 할 것"
이날 황 청장이 북콘서트를 연 대전 중구는 그의 고향이면서 경찰서장을 지낸 곳이다. 최근 경찰에 명예퇴직을 신청하면서 총선 출마의사를 밝혔던 그가 북콘서트를 강행하자 사실상 ‘총선 출마 선언식’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는 내년 총선 출마에 대해선 "아직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정계 진출 의사를 숨기지는 않았다.

황 청장은 은퇴 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선거에 나갈 듯한 뜻을 비춘 적이 있지만, 사실 정치를 안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경찰관으로서 소신과 양심을 지켰지만, 정치인으로서도 지킬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며 "정치가 국민들에게 혐오의 대상, 불신의 대상이 돼 있어 하기 싫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너도 나도 (정치를) 하기 싫다고 하면 누가 해야 하냐. 이러다 정치를 안 해야 하는 사람이 정치를 하게 될 수도 있다"며 "진로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내년 총선에 떨어지면 재도전할 거냐’는 질문이 나오자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좋은 정치라면 뭐든 할 것"이라고 답했다.

황 청장은 지난달 경찰청에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면 90일 전인 1월 16일 이전에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청은 황 청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명퇴를 불허했다.

시민들이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의 사인을 받기 위해 9일 행사가 진행된 대전시민회관 식장산 홀 앞에 줄 서 있다. 이 줄은 2층 행사장까지 100여m가량 이어졌다. /대전=김우영 기자
이 때문에 북콘서트를 두고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은 선거운동을 비롯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입후보 예정자는 예외로 두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황 청장의 경우 퇴직이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 청장은 이에 대해 "오로지 책 얘기만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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