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뒤집어쓸 판… 조국, 그래도 또 묵비권?

윤주헌 기자 김정환 기자
입력 2019.12.09 03:00

檢, 감찰무마 의혹 조前장관 곧 소환
박형철·백원우·이인걸 靑시절 부하 모두 조 前장관에게 책임 떠넘겨
조, 가족비리 수사땐 시종 묵비권… 이번엔 적극 방어 나설지 주목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수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 사건 관련자들 조사가 거의 끝났고, 그들 대부분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최종 결정의 책임자로 당시 조국 민정수석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만간 조 전 수석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그가 어떤 방어 논리를 펴느냐에 따라 수사 종결과 확대가 갈릴 전망이다.

검찰은 그동안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전직 특감반원 등 감찰 중단 과정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했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해달라는 민원을 넣거나 감찰 무마 의견을 제시했다는 의혹이 있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도 조사했다.

지난달 21일 조국 전 법무장관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차량 뒷좌석에 앉아 있다.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21일 조국 전 법무장관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차량 뒷좌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대부분 감찰 중단 결정을 조 전 수석 책임으로 떠밀었다. 박형철 비서관은 검찰에서 "2017년 말 조 수석이 백원우 비서관 의견을 들어보라고 했고, (감찰에 부정적인) 그 의견을 듣고 입장을 바꿔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고 진술했다. 친문(親文) 핵심인 백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행비서 출신인 유 전 부시장과 가까운 사이다. 그가 감찰 중단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최종 결정은 조 전 수석이 했다는 것이다.

백 전 비서관은 조금 다른 얘기를 했다. "감찰이 진행 중일 때 조 수석이 내 의견을 물어와 의견만 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역시 조 전 수석에게 책임을 미룬 것이다. 이인걸 전 특감반장도 "당시 조 수석이 감찰 중단 지시를 내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수석은 이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26일 측근의 입을 빌려 '친(親) 조국' 성향을 보이는 언론 매체에 "백 전 비서관, 박 비서관과 '3인 회의'를 거쳐 감찰 중단 결론을 내렸다"는 입장을 밝힌 게 전부다. 이후 비서관들이 그에게 책임을 미루는 진술을 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돼도 입을 닫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시작된 가족 일가(一家) 비리와 관련한 수사가 진행 중일 때 수시로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해명 글을 올리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달 11일 아내 정경심씨가 기소된 날 "저의 기소는 예정된 것처럼 보인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뒤로는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를 그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가 비리 사건에선 구속된 그의 아내 정씨가 그의 관련성을 철저히 부인했다. 하지만 감찰 무마 의혹 사건에선 모두 자신을 가리키고 있어 책임을 벗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말을 삼가고 있다는 것이다.

관심은 검찰에서 그가 어떤 진술을 할 것이냐에 쏠린다. 그는 일가 비리 사건에선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아내 정씨가 남편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상황이었던 만큼 그로선 검찰 수사에 말려들 수 있는 진술을 하는 것보다 침묵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감찰 무마 사건은 적극적으로 자신을 방어하지 않으면 자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어서 그가 마냥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지금까지 나온 관련자 진술만으로도 그는 직권남용 혐의를 벗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궁지에 몰린 그가 입을 열 경우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유 전 부시장과 가까운 여권 실세들의 압력을 전한 백 전 비서관 등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윗선의 개입을 폭로하는 것이다. 검찰은 조 전 수석이 하위직인 비서관 말만 듣고 감찰 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보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그가 책임을 그나마 더는 길은 윗선의 압력을 폭로하는 것밖에 없는 셈이다. 한 변호사는 "이 사건에선 조 전 수석이 여러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A8면
3일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