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약속 깬 北… 동창리·풍계리·영변 '3종 세트' 재가동 태세

양승식 기자
입력 2019.12.09 03:00

[文대통령이 신년회견서 언급한 '北비핵화 조치' 다 무너지나]
①동창리 - 韓美에 "폐쇄" 공언하고 일부 해체, 알고보니 리모델링
②풍계리 - 작년 언론 불러 폭파쇼… 합참 "수주일이면 복구 가능"
③영변 - 美분석가 "최근 경수로서 냉각 시험, 원자로 가동 징후"

북한은 작년 남·북·미 대화 국면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폐쇄를 공언했다. 작년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이 동창리 폐쇄를 약속했다"고 했고, 그해 9월 남북 평양공동선언에서는 '동창리 엔진 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쇄'가 명시됐다. 북한은 이때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일부를 폐쇄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동창리 재가동'으로 이런 약속과 합의가 휴지 조각이 될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북한의 동창리 복구 움직임은 올해 2월 이후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체 쇼'는 이미 작년 중순부터 중단됐다. 우리 군 정보 당국 역시 이런 움직임을 포착했고, 이미 올여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복구됐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해체가 아니라 신형 엔진 등을 개발하기 위해 새롭게 복원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노후 시설 해체 과정을 마치 비핵화 행보인 듯 포장했고, 우리는 이를 비핵화 성과로 착각까지 한 것"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동창리 '리빌딩과 재가동'은 북한이 약속했던 각종 비핵화 약속이 언제라도 허언(虛言)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군 당국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과 함께, 북한 비핵화의 양대 상징이었던 풍계리 핵실험장 역시 쉽게 복구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한기 합참의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 "보완 작업을 하면 살릴 수 있는 갱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의장은 "1·2번 갱도는 (살리기) 어렵지만, 3·4번 갱도는 상황에 따라 보완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소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북한은 작년 5월 1차 핵실험 이후 폐기된 1번 갱도를 제외하고, 2·3·4번 갱도를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하지만 당시 핵 전문가들은 배제한 채 일부 외신 기자만 불러 '폭파 쇼만 벌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이제는 두 번 다시 핵실험을 할 수 없게 됐다"며 풍계리 폭파를 '불가역적 조치'로 단정했다.

북한의 '종합 핵개발 단지'인 영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엘리엇 세르빈 연구원과 앨리슨 푸치오니 사진분석가는 6일(현지 시각)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북한 영변 핵 시설의 실험용 경수로에서 냉각 시스템 시험 정황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8월부터 올해 11월 사이 영변의 위성사진 170여장을 분석한 결과, 올해 초 촬영 사진에서 경수로 터빈 발전기 건물 파이프라인의 액체 유출물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소한 원자로 가동을 위한 경수로 냉각 시스템과 공급 용수 시스템, 또는 둘 중 하나의 지속적인 시험이나 준비를 의미한다"고 했다.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동창리·풍계리의 복구, 영변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은 현 정부가 밝힌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무너지고 있음을 뜻한다.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북한이 추가적인 핵·미사일 발사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기,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쇄, 나아가서는 영변 핵 단지의 폐기까지 언급했다"며 "(추가 비핵화 조치들을 통해) 미국의 상응 조치가 이뤄지고 신뢰가 깊어지면 그때는 전반적 신고를 통해서 전체적 비핵화를 해나가는 식의 프로세스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모든 비핵화 프로세스가 균열됐거나, 균열 조짐을 보이는 상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2018년 흉내만 냈던 비핵화를 복구하고 있고, 본격적으로 2017년의 시점으로 돌아왔다"며 "동창리 폐쇄는 트럼프 대통령이 치적으로 내세웠던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이 대화에 나서는 건 북한의 강압에 굴복했다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A3면
3일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