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피의자 황운하, 벌써 '총선 올인'

이동휘 기자
입력 2019.12.09 03:00 수정 2019.12.09 13:10

[드러나는 靑 선거개입]
대전서 오늘 북콘서트… 책에서 "조국수사 비상식적" 검찰 비판
대전청장 1년간 전임자 4배의 감사장 뿌려… "고향서 표밭 관리"

'야당 울산시장 수사→고향 대전 발령·근무→총선 출마(대전 중구) 의사 공개' 수순을 밟아온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지난 1년간 대전시민들에게 전임 청장 4배가 넘는 감사장(感謝狀)과 기념품을 나눠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9일 대전 중구에서 현직 청장 신분으로 북콘서트도 연다.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의 피의자 신분인 황 청장이 자신의 총선 출마를 위해 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를 하는 데 대해 비판이 제기된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지난달 29일 대전시 둔산동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검찰은 황 청장이 청와대 지시에 따라 작년 6·13 지방선거 직전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수사했는지에 대해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
8일 국회 윤한홍(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황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대전경찰청장 취임 뒤 이달 5일까지 1년간 대전경찰청장 명의(名義) 감사장 604장을 수여했다. 황 청장 직전 재임한 장향진(7개월)·이상로(5개월) 청장은 각각 52장, 90장의 감사장을 배포했다.

황 청장은 감사장을 나눠줄 때 1만4000원짜리 '포돌이(경찰 마스코트) 인형'도 함께 지급했다. 인형의 명찰에는 수상자 이름을 새겨줬다. 한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이렇게 행사를 많이 하고, 감사장과 포돌이 인형을 많이 뿌리는 청장은 처음 봤다"고 했다. 대전의 한 대학교수는 "요새 대전 바닥에서는 황 청장한테 포돌이 인형과 감사장을 못 받은 사람은 소위 '인싸'(인사이더·주류)가 아니라고 한다"고 했다.

황 청장은 이례적으로 수상자에게 직접 찾아가 감사장을 직접 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과거엔 수상자 관할 경찰서장에게 청장 대신 감사장 수여를 위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방청장이 번번이 직접 인형까지 들고 가 감사장을 주고 사진을 찍는 사례는 별로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 본청(本廳)에서는 수상자의 어린 자녀가 아닌 일반 성인에겐 인형 선물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감사장이 '표밭 다지기' 용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경찰청 측은 "황 청장이 범죄 예방 활동에 힘쓴 시민 등에게 직접 찾아가 감사장과 인형을 드리고 있지만, 이는 대전청 각 과(課)가 대상자를 선정하고 청장 결재를 거쳐 진행하는 정상적인 활동"이라고 했다.

황 청장이 총선을 앞두고 대전에 부임한 과정부터가 '특혜'라는 지적도 있다. 2011년 경무관으로 진급한 황 청장은 계급 정년에 걸려 2017년 말 퇴직 예정이었다. 하지만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그해 7월 치안감으로 파격 승진했다. 승진 직후엔 대개 본청 참모를 거치지만, 그는 곧바로 울산경찰청장이 됐다. 이후 울산경찰청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 관련 사건을 수사했고, 김 전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했다. 그해 말, 황 청장은 자신의 고향인 대전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부의 보은(報恩) 인사"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황 청장은 저서 출판을 기념하는 북콘서트를 9일 연다. 책 제목은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사진〉. 그는 책에 "김 전 시장 주변에 대한 경찰 수사를 검찰이 뒤엎으면서 (나는) 정치적 격랑에 휩쓸렸다"고 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비상식적 수사권 발동'이라고 책에서 평가하기도 했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입후보 예정자는 예외로 하고 있다. 황 청장은 "오로지 책 얘기만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황 청장은 지난달 경찰청에 명예퇴직을 신청했지만, 경찰청은 그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직자가 내년 총선 90일을 앞둔 1월 16일 이전에 사퇴하지 않으면 총선 출마를 할 수 없다. 황 청장은 명퇴 대신 '면직(免職) 신청'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직 역시 명퇴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한 조사·수사를 받을 경우'엔 제한을 받을 수 있다. 황 청장이 면직을 요청하면, 경찰청이 면직 제한 대상인지를 검토하고, 임명권자(대통령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가 사안을 판단해 최종 결정하게 된다.


조선일보 A6면
3일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