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 공작 당시 책임자였던 임종석·조국은 왜 침묵하나

입력 2019.12.07 03:20 수정 2019.12.07 12:00

야당 후보에 대한 하명 수사와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비리 비호는 그 주체가 문재인 정부의 권력 정점인 청와대다. 여당 후보 측이 준 첩보를 청와대가 경찰에 내려보냈고 경찰은 야당 후보가 공천받는 날 압수 수색에 들어갔다. 선거 전에 청와대 인근에서 여당 후보와 청와대 인사가 만나 공약 조율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 청와대 관계자들이 내놓은 해명은 모두 하루 이틀 만에 뒤집히며 거짓말로 드러나고 있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비리 첩보를 경찰에 넘긴 후 수사 상황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했지만 노영민 비서실장은 9번 보고받았다고 했다. 노 실장은 경찰이 보고하길래 받았을 뿐이라고 했지만 경찰은 "청와대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첩보를 "소셜미디어로 제보받았다"며 일방적 제보처럼 설명했지만 제보 당사자는 "먼저 물어와서" 알려줬다고 했다. 이제는 청와대가 뭐라고 변명해도 국민은 믿을 수가 없는데 "문재인 청와대는 거짓말을 않는다"고 우기기까지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청와대가 불을 끄려고 마구 둘러댄 탓이 가장 크지만 두 사건을 관할하는 책임자인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이 실제 내용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도 원인일 것이다. 두 사건이 벌어진 2017년 10월부터 12월까지 시점에 노영민 비서실장은 주중 대사, 김조원 민정수석은 공기업 사장으로 있었다. 노 실장과 김 수석은 청와대에 남아있는 자료와 직원들의 설명을 통해 당시 상황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청와대가 야당 후보에 대한 선거 공작을 하고 유재수 비리 감찰을 중단할 때 그 일을 실제 결정했던 사람은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조국 전 민정수석이다. 문 대통령을 제외하면 두 사람이 사건의 진상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다. 그런데도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은 이 두 사건이 불거진 지 열흘이 넘도록 입을 다문 채 침묵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는 말조차 않고 있다. 숨어 있는 것이다.

조 전 수석은 자신과 가족에 대한 문제가 드러날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리거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변명을 하더니 자신의 책임이었던 국가적 의혹 사건이 터져 정권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데도 맞는다, 그르다 설명 한마디가 없다. 이들이 침묵을 지키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과 대통령이 아끼는 유재수 전 부시장을 위해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에 대해 반박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연합뉴스
조선일보 A31면
100주년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