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읍참마속"… 5시간만에 당직자 전원 사퇴

윤형준 기자
입력 2019.12.03 03:38

단식 후 첫 당무 복귀… 靑 앞에서 업무 보며 쇄신·통합 꺼내
박맹우 "기존 집 허무는 것까지 각오" 당 혁신에 힘 실어주기
黃, 유승민의 보수통합 3원칙에 "내 생각과 다를 바 없다" 화답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일 "단식을 시작하며 패스트트랙 악법 저지와 함께 당의 쇄신과 통합을 이루겠다고 하는 말씀을 국민에게 드렸다. 이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당무 복귀 일성(一聲)으로 '통합'과 '쇄신'을 다시 꺼내 든 것이다. 황 대표는 통합 대상으로 꼽히는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내놓은 '3대 원칙' 대부분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당 쇄신에 대해서도 "읍참마속(泣斬馬謖)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가 임명한 한국당 당직자 35명은 이날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2일 당무에 복귀한 자유한국당 황교안(가운데) 대표가 자신이 8일간 단식을 진행했던 청와대 사랑채 앞 텐트에서 '동조 단식'을 했던 신보라(왼쪽), 정미경 최고위원을 부축하고 있다.이미지 크게보기
수염 기른 황교안… 신보라·정미경 단식 중단 - 2일 당무에 복귀한 자유한국당 황교안(가운데) 대표가 자신이 8일간 단식을 진행했던 청와대 사랑채 앞 텐트에서 '동조 단식'을 했던 신보라(왼쪽), 정미경 최고위원을 부축하고 있다. 두 최고위원은 이날 5일간의 단식을 중단했다. /조인원 기자
황 대표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당 회의에서 "'탄핵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함께 성찰하면서 탄핵의 문제를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 '미래지향적이고 개혁적인 보수의 가치를 정립하자' '보수 중도 자유민주 세력이 함께하는 새로운 통합을 이뤄내자' 이런 제안 등은 저의 생각과 전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유 의원이 공개적으로 밝힌 3대 원칙('탄핵의 강 건너자'·'개혁 보수로 나가자'·'낡은 집 허물고 새 집 짓자')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됐다. 황 대표는 "이제 통합도 구체적인 실천에 옮겨야 할 때"라며 "자유민주 세력 모두가 소아(小我)를 넘어서 대아(大我)를 충실히 따를 것을 호소 드린다"고 했다.

유 의원 측은 이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유승민계 내부에선 "황 대표의 발언이 상당히 전향적이라 큰 틀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반응과 "황 대표의 언급은 여전히 과거에 비해 진전한 게 없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한 유승민계 의원은 "지금 당장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막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수면 위에서 보수 통합 논의를 진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단식을 하며) 국민은 한국당이 다시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확신하게 됐다. 그동안 너무 태만했다고 반성했다"며 "당의 과감한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통합과 함께 강도 높은 당 쇄신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특히 황 대표는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을 이겨내겠다. 필요하다면 '읍참마속'하겠다"며 인적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황 대표는 이날 비공개로 당무 감사 결과를 보고받기도 했다.

이날 한국당 박맹우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 새 체제 구축에 협조하기 위해 저를 포함한 당직자 전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 총장을 비롯해 추경호 전략기획본부장, 원영섭 조직부총장, 김도읍 대표 비서실장,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이 모두 당직을 내려놨다. 황 대표의 보수 통합, 쇄신 구상에 힘을 싣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박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혁신 분위기를 만들자는 차원"이라고 했다. '기존 집을 허무는 것과 관련이 있나'라는 질의엔 "우리는 그런 각오까지 하고 하는데 대표님 생각이 중요하다"고 했다. 황 대표는 사전에 일괄 사표 제출 소식을 보고받았지만 만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황 대표는 8일간 단식을 진행했던 청와대 사랑채 앞 텐트에서 당무를 보기 시작했다. 때로 텐트 앞으로 나와 주변에 몰려든 지지자들과 악수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단식 중단 조건이었던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철회'가 관철될 때까진 풍찬노숙하겠다는 각오"라고 했다. 평소 말끔한 모습을 선호했던 황 대표는 이날 수염을 자르지 않은 모습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한편 현장에서 5일째 '릴레이 단식'을 진행 중이던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은 이날 황 대표의 만류로 단식을 중단했다.


조선일보 A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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