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은 침묵, 靑은 언론에까지 화살

김아진 기자 이민석 기자
입력 2019.12.03 03:23

[靑 선거개입 의혹]
靑 "숨진 수사관, 특수 관계인 담당했지만 민정실 직원이라 업무 조력"

靑 "과도한 억측이 고인을 압박"

노영민 등 앞뒤 안맞는 해명
野 "사실관계 자의적 해석…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 낳아"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과 민정비서관실 소속이었던 A 수사관의 죽음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서 "A 수사관이 어떤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이유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과도한 오해와 억측이 고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깊이 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언론과 검찰을 겨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침묵하는 가운데 청와대와 여권 핵심 인사들은 6·13 지방선거 직전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과 관련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이 사실관계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일부는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 대변인은 이날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비공식으로 운영했던 이른바 '백원우 특감반'에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 A씨 등에 대해 "특수 관계인 업무를 담당했다"면서도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은 민정비서관실 직원인 만큼 민정수석실 (업무에 대한) 조력이 가능하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직제상으론 특수 관계인 담당인 이들이 공직 감찰 등을 지원한 것으로 월권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했다.

A씨를 포함한 특감반원 2명이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 울산으로 내려간 것에 대해서도 "행정부 내 기관 간 엇박자와 이해 충돌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며 "이 차원에서 울산으로 내려가 고래 고기 사건을 두고 검경 입장을 들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감찰 업무를 수행한 것도 조력 차원"이라고 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9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백 전 비서관이 이른바 '별동대'를 가동했느냐는 질문에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민정비서관실에 별동대라고 얘기하는 특감반원이 2명 있다고 하는데 대통령 친·인척과 특수 관계인을 담당하는 민정비서관실 소속 감찰반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직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은 노 실장이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백 전 비서관이 집권 초기부터 대통령 친·인척 관리팀과는 사무실을 달리 쓰는 별동대를 따로 운용했다는 것이다. 야당 관계자는 "노 실장이 알면서도 저렇게 말한 것이라면 거짓 해명을 한 것"이라고 했다. 노 실장이 A씨 등 특감반원이 울산으로 내려간 이유를 "고래 고기 사건 때문"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야당은 "황당한 해명"이라는 입장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노 실장 말대로라면 고래 고기 사건 때문에 고인이 목숨을 끊은 것이 된다. 이 말을 어느 국민이 믿겠나"라고 했다.

백원우 전 비서관이 지난 28일 내놓은 입장문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검찰에서 김 전 시장의 첩보를 백 전 비서관에게 받았다고 했지만 백 전 비서관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보고될 사안조차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노 실장은 하루 뒤인 29일 운영위에서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안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했다. 두 사람 발언이 엇갈리는 것이다. 야당은 "누군지는 몰라도 둘 중 하나가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던 박범계 의원도 "김 전 시장과 관련한 제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지만 거짓 해명임이 드러났다. 박 의원이 작년 3월 국회 상임위 회의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첩보가 적힌 제보 문건을 흔든 사실이 밝혀졌다. 박 의원은 2일 "당시 회의 전날 민주당 울산시당 초청 강연을 했는데, 강연 직전 심규명 변호사가 건네준 김 전 시장 형제들 의혹 기자회견문"이라며 "제보나 첩보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김 전 시장 비리 의혹을 제보했던 건설업자 김모씨는 "투서 형식으로 만든 문건을 청와대 민정수석실만이 아니라 민주당에도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정권을 비호하기 위한 친문 인사들의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A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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