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또다른 별동대원 내세워 '검찰이 숨지게 한 것 아니냐' 공세

김아진 기자
입력 2019.12.03 03:02

[靑 선거개입 의혹]
靑 "숨진 수사관, 동료에 '검찰이 날 불러, 힘들어질 것 같다' 말해"
與도 "무리한 檢수사에 왜 당하고만 있나" 일제히 불만 터뜨려
'가족 배려해달라' 유서 놓고도 "개인 사안까지 수사해 압박했나"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2일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에 일제히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날까지만 해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이날 더 이상 밀리면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이 확산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무리한 수사에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이미지 크게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영민 비서실장, 문 대통령, 국가안보실 정의용 실장, 김유근 1차장, 김현종 2차장. /연합뉴스
청와대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별도 특감반(별동대)'에서 활동했던 A 수사관이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사망하기 전 동료에게 '왜 검찰이 나를 부르는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밝히며 적극 반박에 나섰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A 수사관이 울산에 동행한 B 행정관에게 했던 말을 공개했다. A 수사관은 울산지검에서 첫 조사를 받기 전날인 지난달 21일 청와대의 B행정관에게 전화해 "내가 힘들어질 것 같다. B 행정관과 상관없고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A 수사관의 사망 원인에 대해 '진실을 밝히기 두려워서' '청와대의 압박이 심해서'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청와대가 '개인적으로 감당할 일'이란 A 수사관의 발언을 내세워 이런 의혹을 반박한 것이다. 또 A 수사관은 B 행정관에게 "검찰이 울산지검에서 오라고 한다.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우리는 울산에 고래 고기 때문에 간 적밖에 없는데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B 행정관이 밝힌 울산 방문 경위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했다. 둘의 방문이 '고래 고기 사건' 때문이지 현재 제기된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에서도 '별건 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을 압박했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는 김 전 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지시 의혹 등에 대해 "당이 낼 입장이 없다"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었다. 대변인 논평 하나 없었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친문 의원들을 중심으로 "검찰의 압박 수사"라며 "왜 우리가 가만히 당하고만 있어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친문 중진 의원은 이날 "검찰이 A 수사관 개인 비리를 갖고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데 왜 당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느냐"며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친문 의원은 A 수사관이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건설업자 등으로부터 받은 골프 접대 문제 등과 관련이 있다는 구체적인 의혹도 제기했다고 한다. 송영길 의원도 "야당이 '고래 고기 사건' 등을 내세워 공격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손을 놓고 있느냐"고 했고, 홍영표 의원 등은 "조국 사태 때부터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두고 봐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김 전 시장 하명 수사 의혹 등은 빠르게 수사하면서도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한국당의 국회 선진화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설훈 최고위원은 "윤 총장을 만나서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중심으로 윤 총장 면담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상호 의원은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데 여당이 나서서 일을 키우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며 자제론을 펼쳤다고 한다.

A 수사관이 유서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가족을 배려해달라'고 당부한 내용을 놓고서도 여권에서는 "검찰이 고인의 개인적 사안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고인의 안타까운 심경을 여권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수사관은 윤 총장을 향해 별도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죄송하다"는 내용과 함께 "면목이 없지만, 우리 가족에 대한 배려를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조선일보 A3면
트래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