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은 놓쳤지만… 울산 김보경, K리그 '왕별'

김상윤 기자
입력 2019.12.03 03:00

- 2019 K리그 1부리그 대상
김, 13득점 9도움 해결사 역할
우승팀 아닌 팀서 MVP 수상… 프로축구 출범 이후 6번째

부임 첫해 팀을 우승시킨 모라이스가 감독상 받아

2019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 MVP(최우수선수) 다툼은 리그 우승 경쟁만큼이나 치열했다.

김보경(30·울산)의 수상을 예측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는 2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시상식이 열리기 전 "어제 경기를 마치고 MVP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난 받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전날 리그 최종전에서 소속팀 울산이 포항에 지며 다 잡은 듯했던 리그 우승을 놓쳤기 때문이다. 이 경기 후 MVP 투표가 마감됐다. 마지막 순간 극적 우승을 차지한 전북의 간판스타 문선민(27)이 유력한 MVP 후보로 떠올랐다.

2일 열린 2019 K리그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울산 현대 미드필더 김보경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정재근 기자
하지만 2일 발표된 결과는 또 다른 반전 드라마였다. 김보경은 감독 5표(총 12표), 주장 5표(총 12표), 미디어 43표(총 101표)를 얻어 문선민(감독 3표, 주장 2표, 미디어 30표)을 제쳤다. 3위는 대구의 세징야였다.

김보경은 1983년 프로축구 출범 이후 우승하지 못한 팀에서 나온 6번째 MVP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우승해야 MVP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감사하지만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홍익대 재학 시절인 2010년 국가대표로 뽑혔고, 2012 런던올림픽에선 동메달을 땄다.

2일 오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9 하나원큐 K리그 시상식에서 베스트11과 감독상 수상자들이 트로피를 들고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미지 크게보기
2일 오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9 하나원큐 K리그 시상식에서 베스트11과 감독상 수상자들이 트로피를 들고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조현우(대구), 김보경(울산), 조제 모라이스(전북) 감독, 홍정호(전북), 이용(전북), 주니오(울산), 세징야(대구), 완델손(포항), 문선민(전북), 홍철(수원), 김태환(울산). /정재근 기자
플레이스타일이 닮아 한때 '박지성의 후계자'로 불리기도 했다. 대학을 중퇴하고 2010년 일본 J1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데뷔했고, 2012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카디프 시티에 입단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면서 2015년 J리그로 돌아왔다. 이듬해 전북으로 간 뒤 1년 만에 다시 J리그 가시와 레이솔로 옮기는 등 자주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한 이후 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었다. 공교롭게 그가 몸담았던 해외 리그의 프로팀들이 모두 하부 리그로 떨어지는 탓에 '강등 전도사'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긴 시련의 시간을 겪었던 그는 프로 10년 차인 올해 울산으로 임대 이적하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경기를 조율하는 기존 역할 대신 공격수에 가깝게 변신했고, 13득점 9도움으로 팀의 해결사 역할을 했다. 전북의 우승이 일찌감치 결정됐던 작년과 달리 올해 전북과 울산이 끝까지 엎치락뒤치락한 데에는 그의 공이 컸다.

김보경은 "선수 생활하면서 준비를 가장 많이 한 시즌"이라고 말했다. 성공 비결은 올해 처음 시작했다는 일대일 훈련이다. 시즌 중에도 팀 훈련과 별도로 트레이너와 주 3회 이상, 1시간 반씩 개인 훈련에 매진했다. 그는 "예전엔 벤치 프레스 같은 정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주로 했다면, 올해는 움직이면서 상·하체 균형을 잡는 훈련을 한 것이 실전에서 좋은 움직임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감독상은 부임 첫해 팀을 우승시킨 조제 모라이스(포르투갈) 전북 감독이 차지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혼자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다. 구단 직원과 선수단을 비롯해 타팀 감독, 프로축구연맹에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전북은 2017·2018년 최강희 감독에 이어 3년 연속 감독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K리그 데뷔 3년 이내 신인에게 주어지는 영플레이어상은 강원 공격수 김지현(23)이 받았다. 작년 중반 1군에 자리 잡은 그는 올해 김병수 감독 지도하에서 한층 날카로워진 공격력으로 10득점 1도움을 올렸다. 득점왕은 수원의 아담 타가트(호주·20골), 도움왕은 문선민(10도움)이 차지했다. K리그2(2부) MVP는 부산의 미드필더 이동준(13득점 7도움). 광주의 1부 직행을 이끈 박진섭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다.


조선일보 A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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