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김학의 아내'의 눈물

박국희 사회부 기자
입력 2019.12.03 03:13
박국희 사회부 기자
'별장 성 접대' 논란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아내는 지난 넉 달여 남편의 재판 동안 꼬박꼬박 법정에 나왔다. 그녀는 성추문에 휘말렸던 여당 도지사들의 아내들과 마찬가지로 남편을 꿋꿋이 응원했다. 피고인 신문 도중 감정이 격해진 김 전 차관이 오열하자 "공황장애 때문에 그래. 구치소에 있으면서 없던 병도 생겼잖아"라며 남편을 다독였다. 성폭행 정황을 꼬치꼬치 캐묻는 검사들의 공격에는 "공소사실도 아닌데 저런 걸 왜 묻느냐"고 투덜댔다.

지난 22일 재판장이 무죄를 선고하자 김 전 차관의 아내는 결국 법정에서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김 전 차관 가족들이 그녀를 위로하며 "거봐. 처음부터 무죄가 나올 거라고 그랬잖아"라고 했다. 변호인들도 흥분한 표정이었다. "법과 정의의 원칙에 따라 판결해 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국가기관의 권력 남용 피해자들이 정의의 판결을 받아내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처럼 보였다.

이런 희극(喜劇)을 연출한 총감독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지난 3월 문 대통령이 이 사건을 특권층 범죄로 규정하고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며 하명(下命)을 내릴 때부터 결론은 예견돼 있었다. 김 전 차관이 '나쁜 놈'인 건 맞지만 이를 법리적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2013~2014년 검찰이 김 전 차관을 두 차례 불기소 처분한 것은 성접대 의혹의 발단이 됐던 피해 여성들의 진술 신빙성 때문이었다. 앞서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건설업자 윤중천씨 역시 성폭행 혐의는 무죄를 받았다. 금전 거래 기록과 함께 연인 관계였다는 증언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윤씨 재판부도 검찰 판단과 마찬가지로 "피해 여성의 진술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독사' 소리를 듣는 여환섭 '김학의 수사단장'이 청와대 하명으로 6년 만에 세 번째 수사에 나서 별건의 뇌물 혐의를 찾아냈지만 대가성 입증에는 실패했다.

현 정부의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일원으로 김 전 차관 사건 조사에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정치와 여론의 압력으로 검찰 수사단은 무리한 수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여론 정치에 기대 입맛대로 검찰 수사를 지시했던 문 대통령과 여권의 희극은 이미 윤지오의 어설픈 사기 행각에서도 드러난 바 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검찰 중립을 정권의 명운처럼 생각한다는 문 대통령이 정 검찰에 하명을 내리고 싶었다면 조국 전 민정수석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건부터 파헤치라고 했어야 한다. 이 사건은 조 전 장관 사퇴 이후에야 뒤늦게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그랬다면 청와대 사무실마다 걸었다는 '춘풍추상(春風秋霜·남에게 봄바람처럼 스스로에게 서릿발처럼)' 액자 보기가 그나마 덜 겸연쩍었을 것이다.


조선일보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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