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급 충격’ 홍콩 여행자 급감…축제 줄취소에 항공사 자금난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입력 2019.12.03 05:00
홍콩의 반(反)중국 민주화 시위가 6월부터 반년 넘게 계속되면서 홍콩 경제의 큰 축인 여행 산업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여행자를 끌어모으던 문화 축제들은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이다. 홍콩을 찾는 방문자가 크게 줄면서 홍콩 항공 업계는 위기를 맞았다.

홍콩관광청 발표에 따르면, 10월 홍콩 입국자 수는 331만 명으로, 지난해 10월 대비 43.7% 감소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휩쓴 2003년 5월 이후 월간 방문자 수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특히 홍콩 입국 관광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본토인의 방문이 급감했다. 10월 홍콩을 방문한 중국 본토인은 250만 명으로, 전달 대비 45.9% 감소했다. 시위대와 경찰 간 폭력 충돌이 격렬해지면서 홍콩은 10월 1~7일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 특수를 놓쳤다. 중국 본토에서 홍콩 시위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홍콩을 찾는 중국인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홍콩섬 코스웨이베이. /김남희 특파원
홍콩관광청은 11월에도 관광객 수가 10월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40여 국가가 홍콩 여행 경보를 내린 상태다. 주홍콩 한국 총영사관은 지난달 15일 홍콩 여행 경보를 1단계 ‘여행 유의’에서 2단계 ‘여행 자제’로 높였다. 2단계 ‘여행 자제’는 4단계 중 두 번째로 낮은 단계로, 여행 예정자에게 여행 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하라고 권고할 때 지정된다.

홍콩을 ‘여행자의 도시’로 만든 유명 축제와 행사들은 시위 영향으로 잇따라 취소됐다. 11월 22~24일 열릴 예정이었던 홍콩 최대 음악 예술 축제 ‘클락켄플랍(Clockenflap)’은 행사 1주일을 앞두고 취소됐다. 축제 장소인 홍콩섬 센트럴이 시위 빈발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클락켄플랍 콘서트엔 사흘간 매일 약 4만 명이 참여했다. 그에 앞서 10월 19~20일로 예정됐던 힙합 축제 ‘롤링라우드(Rolling Loud)’와 10월 31일~11월 3일로 예정됐던 와인·음식 축제 ‘와인앤다인(Wine & Dine)’도 취소됐다.

11월 13일 홍콩 센트럴 지구에서 경찰이 시위에 참여한 남성을 제압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홍콩관광청이 매년 진행하는 12월 31일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은 올해 예년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구룡반도 침사추이에서 매년 음력설 열리는 퍼레이드는 내년 음력설(1월 25~28일)엔 볼 수 없다. 퍼레이드 행렬이 이어지는 길에서 최근 시위가 자주 벌어진 영향이 크다. 지난달 침사추이와 가까운 홍콩이공대에선 시위자와 경찰이 격전을 치렀다. 내년엔 퍼레이드 대신 규모가 작은 축제로 대체된다. 홍콩에서 음력설 퍼레이드를 하지 않는 건 1996년 시작 이후 처음이다.

홍콩 항공사들도 위기에 빠졌다. 홍콩 항공국(ATLA)은 2일 홍콩 3위 항공사 홍콩항공(Hong Kong Airlines)에 이달 7일까지 자금을 확충하라고 지시했다. 홍콩항공이 5일 안에 자금을 구하지 않으면 운항 면허가 취소되거나 운항 허가가 정지될 수 있다.

홍콩항공은 지난해부터 자금 사정이 급속히 나빠졌다. 여기에 시위 영향으로 승객이 줄면서 더 큰 타격을 받았다. 현재 홍콩항공 대주주 중국 HNA(하이항)그룹도 자금난을 겪고 있어 홍콩항공이 기한 안에 돈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앞서 홍콩항공은 장거리 국제 노선 운항을 줄이고 직원 3500명에게 급여 지급도 연기했다.

홍콩항공 비행기. /홍콩항공
홍콩 국적기 캐세이퍼시픽항공도 시위 직격탄을 맞았다. 캐세이퍼시픽항공은 올해 상반기에 13억5000만 홍콩달러 순이익을 냈으나, 하반기에는 순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0월 캐세이퍼시픽과 자회사 캐세이드래곤의 전체 탑승자 수는 274만 명으로, 지난해 10월 대비 7.1% 감소했다. 3개월 연속 줄었다. 특히 홍콩으로 입국하는 승객이 35% 감소했다.

캐세이퍼시픽은 시위 초기 일부 직원이 시위에 참여한 것이 알려진 후 중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그 여파로 경영진도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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