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향하는 수사에도 입 닫은 檢...'깜깜이 수사'에 "국민 알 권리 침해"

홍다영 기자
입력 2019.12.02 18:39 수정 2019.12.02 18:55
청와대 전경. /조선DB
"고인(故人)의 사망 경위에 대해 한 점의 의문이 없도록 철저히 규명한다는 방침 외에는 별도 수사 상황 등은 알려줄 수 없다."

검찰의 수사가 암막(暗幕) 뒤로 숨었다. 법무부가 지난 1일부터 시행한 새 공보규정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검사와 수사관은 자신들이 담당하는 형사 사건과 관련해 기자들과 접촉할 수 없다. 접촉하는 경우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 등 자신의 상급자에게 보고된다. ‘구두 브리핑’ 등 수사 상황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도 없어진다.

청와대의 하명(下命)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2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를 압수 수색했다. 압수 수색 여부를 확인하려는 기자들에게 서울중앙지검은 전문공보관을 통해 "별도 수사 상황 등은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규정 시행 이전에는 검찰은 압수 수색 이후 장소 등에 대해 ‘확인’을 해줬었다.

새 공보규정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제정이 추진됐다. 당시에도 "깜깜이 수사가 될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지만, 법무부는 제정을 강행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당시 "법무부에서 공보관 외에는 접촉을 금지시켰다"며 "(수사 관련 내용을) 말하면 감찰을 받을지도 모른다. 휴대전화를 제출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움츠러들었던 검찰은 규정 시행 이후 완전히 ‘입’을 닫았다. 서울중앙지검의 검사들은 기자들의 연락을 피하거나 "공보관에게 문의해달라"고 했다.

문제는 시점이다. 검찰은 청와대의 하명 의혹 외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두 의혹 모두와 얽혀있는 조 전 장관은 물론 하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조국 민정수석실’에서 일했던 관계자들이 줄줄이 소환되더라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검찰 수사에 대한 언론의 감시가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검찰이 수사 내용을 공개하려면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사전에 위원회에서 결정된 범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보도자료 형태로 공개된다. 공개는 각 검찰청마다 있는 전문공보관이 담당한다. 하지만 기존에 공보 업무를 맡았던 차장검사가 휘하 부서의 수사를 총괄했던 것과 달리, 전문공보관은 수사에 참여하지 않는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은 이날 오후 4시 이 사건에 대한 공개심의위원회를 열었다.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 시행 이후 첫 심의위다. 당장 이튿날인 3일 오후 브리핑이 열리지만, 어디까지 공개될지는 미지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한 언론의 견제 기능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전직 검사장은 "언론의 취재가 제한돼 검찰을 견제하는 기능이 약해지거나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의 밀행성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전혀 공개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며 "인권 침해를 막겠다며 만든 규정이지만, 도리어 사정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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