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시인의 태도…'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

뉴시스
입력 2019.12.02 18:32
김용택 시인의 신작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
'제비꽃 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 (중략) // 심장이 / 하늘에서 땅까지 /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 하였다 / 첫사랑이었다'

2016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 말까지 방영한 인기 드라마 '도깨비'의 시청자였다면 잊을 수 없는 구절일 것이다. 주인공인 지은탁(김고은)이 자신이 올 때까지 읽으면서 기다리라며 도깨비 김신(공유)에게 건넨 책에 담긴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이다.

이 시는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는 김용택 시인이 엄선한 101편을 소개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라는 모음집에 첫 번째로 위치하는 작품이다.

김용택 시인의 선택을 받은 만큼 책자에는 자연을, 또는 상황을 작가만의 신선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들이 고루 담겼다. 김용택 시인은 '자연이 하는 말을 받아 적으면 시가 된다'고 한다. 그의 첫 시집 '섬진강'에도 자신만의 맑고 정갈한 시선으로 바라본 자연이 담겼다. 누군가는 지나쳤을 법한 장면도 김용택 시인의 시선에 담겨 표현으로 남으면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는 특별함이 더해져 보인다.

이러한 김용택 시인이 이번에는 시도 아닌 산문도 아닌 둘 중 어딘가의, 두 가지가 결합된 형태의 글 모음집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를 내놓았다.

이번 책에서는 김용택 시인의 일상이, 그리고 그 일상을 대하는 시인의 태도가 묻어난다.

'강물에 바람이 불어 작은 물결들이 밀린다 / 길은 사라지고 또 내 앞에 바람의 길이 생겨난다 // (중략) // 희미한 길 / 나의 길에 앞서간 것들도 있다 / 버려진 시간들도 있다 / 버려진 시간 속에 오래 서 있다 / 시다 // (중략) // 새 울음소리처럼 남거나 모자라지 않도록 / 해가 뜨고 달이 뜨고 바람이 부는 것처럼 / '남김 없는 생각'으로 / 시를 생각한다 / 사람들이 버린 시간을 나는 산다 / 시다' ('사람들이 버린 시간을 나는 산다' 중)

시인의 표한 그의 일상은 사뭇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들의 일상이다. 이 일상들이 시인의 글과 시처럼 인상 깊게 기록될 수 있음에 놀라고, 또 그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한 번 더 놀란다.

또 곳곳에 자리한 그림이 눈에 띈다. 시인의 딸 김민해가 그렸다. 시인 아버지의 글과 묘하게 닮아 책 보는 재미가 더한다. 224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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