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 부수고 몰수하겠다는데… "원산·갈마 공동개발" 제안한 통일장관

윤희훈 기자
입력 2019.12.02 14:50 수정 2019.12.02 16:59
김연철 장관, 김정은 역점 두는 원산갈마지구 공동 개발 제안
북 협상장 이끌어내기 위해 北 관심 가질만한 이슈 제의한 것이란 분석도
"금강산, 컨테이너 숙소 340개 '정비' 필요… 북한은 '철거'로 이해할 수도"
"크루즈 유람선, 동해선 철도, 양양-원산 직항편으로 금강산 갈 수 있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일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는 북측 요구에 응하는 동시에 강원도 원산·갈마지구 개발에 한국이 참여하는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로 북한이 개발 중인 곳이다. 그러나 북한이 금강산 시설조차 한국 정부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철거하겠다는 상황에서 정부가 새 대북 사업을 사실상 제안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정부가 최근 원산·갈마 공동개발 의사를 북한에 전달했느냐'는 물음에 "동해 관광특구를 공동으로 조성하자는 것은 9·19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내용"이라며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으로, 남북이 만나야 구체적인 문제와 계획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은 다만 "원산·갈마 투자 문제는 조건과 환경이 마련돼야 논의가 가능한 것"이라며 "지금 현재 우리가 제안하는 것은 구체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는 "(북측과) 만나게 되면 제재 상황과 관계 없는 게 있고, 제재와 관련된 것들이 있는데 그것을 잘 구분해가면서 우선순위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은 북한이 지난 주 초로 시한을 정한 전통문을 우리 측에 보내와 "인력을 보내지 않으면 우리가 직접 철거하겠다"고 통보했고, 정부는 "우리가 철거하겠다"고 답신했다고 보도했다. 또 우리 측이 북한에 원산·갈마 지구 공동개발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북한은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 협상은 진전이 없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여전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원산·갈마 공동개발 제안이 시기에도 맞지 않거니와 실효성도 의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외화와 물자가 필요한 북한은 관광지구 개발을 빌미로 남측에 대량 현금(bulk cash) 지원과 공사에 필요한 자재·설비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는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를 문서교환방식으로 협의하자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북측과 대면 협상을 하기 위해 북측이 관심을 가질만한 의제를 제의함으로써 북측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 장관은 북한의 금강산 시설 철거 요구와 관련해서는 "(금강산 관광시설) '정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우리도 공감한다"고 했다. 김 장관은 "금강산 관광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컨테이너를 임시숙소로 사용한 적이 있다. 그게 지금 340개 정도 있다"며 "이게 그동안 방치돼 있는 게 사실"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금강산) 사업자들도 이 문제(컨테이너)에 대해 여러가지 방안들을 갖고 있고 아주 초보적인 형태의 정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이 거론한 컨테이너 숙소는 온정리 구룡마을과 고성항 주변 금강 빌리지를 말한다.

그러나 북한이 금강산 남측 시설의 대대적인 철거 및 자체 운영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정부가 상황을 안이하게 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김 장관은 "(시설 철거 관련) 북한의 입장이 완고한 건 사실"이라면서 "그런 부분들을 포함해서 계속해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은 "금강산 문제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이야기한 것은 3가지"라며 "국제 관광지대를 만들테니 노후시설을 철거해라, (남측과) 합의해서 철거한다, 남쪽 관광객이 오는 것은 환영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북한은 첫번째 (철거)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우리는 (관광객을 환영한다는) 두번째를 갖고 사업자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정비라는 것을 북한은 철거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김 장관은 "금강산 관광에서 제일 중요한 건 남북 간 협의"라며 "2008년 관광객 총격사건으로 중단됐기 때문에 국민이 안심하고 관광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정부가 염두에 둬야 할 굉장히 중요한 목표"라고 했다. 그는 "(대북 사업 등을) 전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남북 간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날 한국민이 북한 관광지를 방문할 수 있는 교통 인프라와 관련해, 크루즈 유람선과 동해선 철도, 양양-원산 직항편을 제시했다. 그는 "북한이 원산갈마부터 금강산까지 관광지구를 자체 개발을 했을 때, 대한민국 국민이 어떤 식으로 관광을 갈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면서 "금강산에 가기 위해서는 육로로 갈 수 있고 항공으로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양양 국제공항에서 원산갈마공항까지 항공기를 운항한 적이 있다"면서 "크루즈 선박 운행 또한 가능할 수 있고, 강원도 동해선 철도 등을 통해서도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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