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개발원조 길찾기... 정부가 뚫으면 기업은 사업 수주

양곤(미얀마)=김소희 이코노미조선 기자
입력 2019.12.03 10:00
[이코노미조선]

11월 15일 오후 미얀마 양곤주의 두 시(市)를 가르는 양곤강. 북쪽 양곤에는 고층 건물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600m 폭의 강 너머에 있는 남쪽 달라는 고층 건물 하나 없는 낙후된 동남아 시골 마을의 전형이었다. 강 위에는 세 명 정도 탈 법한 작은 카누 6척과 대형 페리가 한 척 떠 있었다. 달라 주민이 도심지인 양곤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매일 3만 명의 주민이 업무를 보기 위해 이렇게 강을 오간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매년 총 1조원 규모의 원조 자금을 개발 경쟁에 쏟아붓는 미얀마 양곤주에서 마주한 풍경이었다.

비라도 쏟아지면 통행로는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험지로 변한다. 지난 10월에도 한밤중에 급히 카누를 타고 양곤으로 향하던 달라 주민 한 명이 대형 선박에 부딪혀 사망했다. 인명 피해가 잦다 보니 현지 뉴스에도 나오지 않았다. 강을 건너지 않으면 50㎞ 거리의 우회도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2시간이나 걸린다.

3년 뒤면 달라 주민의 걱정을 한시름 덜 수 있다. 양곤과 달라를 잇는 4.32㎞ 길이(연결 도로 포함)의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가 2022년 10월 개통되기 때문이다. GS건설이 지난 5월부터 다리 공사를 시작했다. 다리가 개통되면 두 지역을 오가는 시간은 10분으로 줄어든다.

미얀마의 경제·산업 중심지 양곤과 시골 마을 달라를 잇는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 조감도. 2022년 10월 개통될 예정이다. 지난 5월 GS건설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GS건설
우정의 다리에는 상수도관도 부설된다. 달라에는 정수시설이 없어 주민들이 우물에서 물을 길어 마셨다. 이들에게 양곤에서 정화된 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텟 와이 아웅(Thet Wai Aung) 미얀마 건설부 교량국 조감독은 "다리가 건설되면 달라 주민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달라 지역 도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한국과 미얀마 정부의 야심작이다. 한국 정부가 미얀마 건설부에 건설 자금 1564억원을 유상차관(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을 해주고 1668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을 목표로 제공하는 공적개발원조(ODA)의 일환이다. 한국 정부는 대(對)미얀마 EDCF를 10억달러 수준(2018~2022)으로 늘리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9월 미얀마를 직접 찾아 미얀마 ODA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은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 건설과 송전망 구축, 철도 개보수, 교량 건설 등 인프라 구축에 협력해왔다"면서 "이번에 양국이 합의한 10억달러 규모의 EDCF를 통해 항만, 도로 건설 등 새로운 협력을 기대한다"고 했다.

◇ODA로 인도적 책무와 실리 일거양득

‘이코노미조선’이 미얀마를 찾은 이유는 ODA의 중요성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이미 경제학계에선 ODA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빈곤 문제 해결이 공동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더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 마이클 크레이머 하버드대 교수는 해외 원조 수단의 효과를 연구한 개발경제학(개도국 경제 성장을 연구하는 학문)계 연구진이다.

국제 사회에서 ODA가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윤리적 책무라면, 정부 차원에서는 셈법이 좀 더 복잡하다. ODA는 개도국과 대외협력 관계를 확대하는 정부의 대외 전략 가운데 하나다. 현재 위태로운 한·미·일 공조 체계도 ODA가 기반이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과 한국에 원조를 쏟아부었다. 많은 논란을 남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도 일본이 한국에 차관을 주고 공조 체제를 형성한 경우였다. 러시아(구소련)와 중국도 쿠바, 북한과 같은 공산권 국가에 원조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대외 전략보다 경제 논리로 ODA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이 ODA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되는 데도 경제적 이해관계가 숨어있었다.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980년대부터 우리나라가 개도국에 유상차관을 주기 시작했다(한국은 1987년 정식으로 EDCF를 조성했다)"면서 "1970년대 수출 대상국을 늘려나가기 위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저성장 국면에 맞닥뜨린 한국 정부에도 ODA는 신시장을 개척하는 중요한 돌파구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인도, 미얀마, 태국, 라오스,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캄보디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상)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태주 한성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한국은 선진국 4강(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 둘러싸여 있다가 몸집이 너무 커진 상태"라면서 "동남아를 시작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까지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미얀마 도시개발 사업 노리는 韓·中·日

신남방정책은 한국 정부만의 생각은 아니다. 현재 미얀마는 해외 ODA 자본의 격전지로 변했다. 미얀마의 2017년 ODA 규모는 15억4300만달러(약 1조원). 2012년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집권을 시작하고 시장경제를 도입한 이후 ODA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2013년엔 ODA 규모가 39억3600만달러로 전년(약 5억400만달러)보다 약 7배 급증하기도 했다.

미얀마 경제는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이 보궐선거에서 압승하면서 개방개혁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평균 경제성장률이 7%에 이른다. 미얀마의 2018년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667억달러(약 78조원). 2018년 실질 GDP 성장률은 6.8%를 기록했다.

가장 기대되는 프로젝트는 양곤주 18개 도시를 개발하는 ‘대양곤 도시개발계획(Greater Yangon Master Plan)’과 양곤 남서지역을 중점적으로 개발하는 ‘양곤신도시 개발계획(New Yangon City Plan)’으로 한국, 일본, 중국도 인근 수혜 지역을 점찍어두고 개발에 나섰다.

한국이 공들이는 지역은 달라다.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가 개통되면 달라 개발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24만9000㎡ 규모의 경제산업협력단지가 조성되는 양곤주 북부지역 흘레구도 기대되는 지역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미얀마 건설부가 합작 법인을 만들고 우리나라 EDCF를 지원받아 도로, 전력, 상수도와 같은 기반시설이 구축된다.

일본과 중국이 선점한 곳은 각각 양곤 동남쪽에 있는 틸라와 지역과 양곤 남서쪽에 있는 양곤신도시. 일본은 ODA를 전담하는 일본국제협력기구(JICA)가 주식회사 미얀마일본틸라와개발(MJTD)과 협약을 맺고 경제산업협력단지, 도로, 항만 등을 조성했다. 중국교통건설유한공사(CCCC)는 주식회사 양곤신도시개발회사(NYDC)와 협약을 맺고 양곤신도시의 인프라 건설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정부 원조가 기업 진출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 국내 건설사가 현지 정부에 기술력을 입증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 건설 공사를 총괄하는 조윤호 GS건설 프로젝트 매니저는 "2012년 미얀마 시장이 개방되던 당시부터 미얀마 진출을 위해 꾸준히 시장 조사를 했다"면서 "EDCF로 추진하는 이번 공사를 통해 시장 진출의 초석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당장 내년부터 현지에서 민간 기업의 사업 기회가 늘어난다. 미얀마 건설부는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양곤 고가도로 민관합작사업(PPP) 시공사를 모집한다. 양곤 북단에서 남단으로 가로지르는 24.7㎞ 길이의 고가도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양곤 도심의 순환 도로 일부 구간에 해당한다. 이 도로가 건설되면 양곤 국제공항과 국가 중추도로인 양곤~만달레이 고속도로의 접근성이 개선된다.

현재 10개의 컨소시엄이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GS건설, 대림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포스코, 한국도로공사가 ‘팀코리아’ 컨소시엄을 만들었다. 나머지 9개 컨소시엄은 일본계 컨소시엄과 중국계 컨소시엄으로 구성돼 있다.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 건설 현장./ 김소희 기자
"대한민국엔 ODA 전략이 필요하다"

다만 한국의 ODA 전략에 아쉬운 점도 있다. 현지에서 해외 ODA 자본에 밀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규모 자체가 작기도 하지만 지역 안배에도 문제가 있다. 한국의 ODA는 베트남에 집중돼 있다. 지난 5년간(2013~2017) 줄곧 베트남에 가장 많은 ODA 자금을 제공했다. 이태주 교수는 "베트남은 이미 해외 자본이 넘쳐나는 곳으로 정부 투자를 줄이고 민간 자본에 자리를 넘겨줘야 하는 곳"이라고 했다.

반면 JICA는 전략적으로 중점지원국을 바꿔나가고 있다. 일본의 ODA 수원국 1위 국가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3년엔 시장을 개방한 미얀마, 2014년엔 베트남, 2015년부터는 신흥국 인도에 집중하고 있다. 집중 국가를 유동적으로 바꿔가면서 대규모 자금으로 현지 인프라 프로젝트를 종합적으로 수주하는 방식이다.

한국이 개도국과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려면 ODA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ODA 중점지원국 결정 과정이 공개되지 않고 부처 간 사업 내용도 연계성이 떨어진다. ODA 종합계획을 발표하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도 ‘2019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에서 "그간 우리나라 ODA의 양적 성장과 종합조정체계 구축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합 전략 부족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됐다"면서 "중견 공여국으로서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ODA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의 ODA 브랜드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은 인프라 투자에, 영국·프랑스 등 유럽권 국가는 빈곤 퇴치에 집중한다는 대외 이미지가 있다. 한국은 정권에 따라 ODA 전략이 바뀐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나 박근혜 정부의 코리아에이드 모두 현재는 폐기된 상태다. 이번 ‘이코노미조선’ 커버스토리에선 ODA를 주요 대외 전략으로 사용하는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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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개발원조(ODA)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제공하는 원조를 의미한다. 유상원조, 무상원조, 기술협력을 포함한다. 유상원조는 교통·통신·에너지와 같은 경제인프라 건설에, 무상원조는 행정시스템·교육·건강과 같은 사회 인프라 조성에 된다.
기획재정부에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조성해 개도국에 유상원조를 제공한다. 사업 집행 기관은 한국수출입은행이다. 무상원조와 기술협력의 경우 외교부에서 총괄하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사업을 집행한다.


plus point

[Interview] 유연주 한국수출입은행 양곤사무소장
"일본의 지배 역사·중국의 개발권 독식 반감···한국은 가성비로 승부"

유연주 한국수출입은행 양곤사무소장./ 김소희 기자
11월 15일 오전 미얀마 양곤에 있는 한국수출입은행 양곤사무소를 찾았다. 사무소는 미얀마 재벌그룹 쉐타옹(Shwe Taung)이 소유한 유니온 비즈니스 센터 건물에 입주해 있다. 사무소 양옆에 ‘미쓰비시 일렉트릭’ ‘JFE 엔지니어링’ 등 일본계 기업 사무실 간판이 눈에 띄었다. 이 건물에 입주한 24개사 가운데 6개사가 일본계 기업이다.

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멀쑥하고 큰 키에 양복을 차려입은 유연주 수출입은행 양곤사무소장이 반겨줬다. "현지에 일본 기업이 많이 진출한 상황으로, 미얀마 정부 관계자도 지일파(知日派)인 경우가 많다"면서 "한국도 미얀마 투자를 확대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했다.

수출입은행에서 여신 승인, 집행 등 시스템을 개발하는 정보기술(IT) 전문가로 23년간 활동하던 유 소장은 2009년부터 베트남 호찌민 법인에서 1년 4개월간 근무했다. 경제가 급성장하던 시기의 베트남을 현장에서 목격한 것이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일하던 그는 2019년 7월 양곤사무소장 자격으로 다시 동남아시아 개발 현장에 복귀했다.

유 소장은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과 200여 명의 경제사절단 순방 이후 현지 투자 기회가 구체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한·미얀마 경제협력 산업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한강의 기적’이 ‘양곤강의 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또 양곤 도심과 남쪽 달라 지역을 잇는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 건설, 다리 완공을 통해 개발될 달라 지역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유 소장은 "두 시간을 우회해야만 했던 지역이 다리 건설로 곧바로 이어지면 낙후됐던 달라 지역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교통, 물자 수송 단축 등을 통해 이 지역이 한국의 강남처럼 개발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고 했다.

유 소장은 "미얀마 정부 관계자로부터 민관합자사업(PPP)을 확대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PPP는 정부와 기업이 공동 투자해서 교통, 전력 등 인프라를 건설하고, 기업이 20~50년 동안 수익을 가져가는 사업을 의미한다. 한국 기업에도 투자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한국의 투자가 다소 늦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만큼 기류가 좋다. 이유는 미얀마에서 불고 있는 한류 바람이다. 현지 문화 특성상 드러내놓고 호들갑을 떨지는 않지만,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고 했다. 유 소장은 "한류가 거리마다 넘쳐날 정도는 아니지만 한국 드라마, 콘텐츠 등을 시청하는 등 미얀마에도 한류 바람이 있다"면서 "한국산 화장품 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미 미얀마 시장에 진출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에도 한국이 경쟁력 있다고 조심스레 언급했다. 유 소장은 "미얀마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아픈 역사가 있다"면서 "중국이 옥 광산 채굴권 같은 현지의 주요 원자재 개발 기회를 다 가져가버렸다는 반감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이 제시하는 사업비가 일본보다 다소 낮아 미얀마 입장에서는 부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유 소장은 "한국에 대한 특별한 반감도 없는 데다, 빠른 성장을 일궈냈다는 경제적 배경도 이들에겐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로힝야 사태는 미얀마 원조의 걸림돌이자 딜레마다. 현재 미얀마 정부는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인의 인종청소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적개발원조(ODA)가 개도국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 인권을 향상시키는 목적으로 이용되는데, 수원국 정부가 반인권적일 경우 목적에 불합치될 수 있다.


plus point

개발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거대 담론보다 실행 방식이 중요"

에스더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 연합뉴스
지난 10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에스더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개발경제학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개발경제학은 원조 유용론과 원조 무용론을 다투는 거시적인 논제가 주를 이뤘다. 전자는 원조가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을 촉진한다고 주장하지만, 후자는 국가 자립도를 떨어뜨려 개발도상국에 폐해를 끼친다고 반박한다. 뒤플로 교수는 세세한 원조 방법론을 검증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저서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2012)’에서 "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탁상공론만으로 이 논쟁의 종지부를 찍을 수 없다"면서 "우리는 원조의 유익함과 해로움을 단정하지 않고 특정 원조 사례가 성과를 올렸는지 아닌지 따져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상원조 정책을 중심으로 여러 실험 데이터를 검증했다. 대표적으로 건강 정책을 분석했다. 뒤플로 교수는 식량 보조금은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빈곤층이 식량 보조금을 받으면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다가 당이 높은 기호식품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소득이 높아졌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신 영양제를 보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뒤플로 교수가 검증한 정책은 무상원조 중심이다. 유상원조보다 무상원조의 방법론이 중요하다. 대규모 경제 인프라(교통, 통신, 에너지 부문 시설) 투자 중심의 유상원조는 국가와 관계없이 일관된 수요가 있어 실패 확률이 비교적 낮지만, 무상원조로 이뤄지는 사회 인프라(건강, 교육 부문 시설과 정책) 구축은 사회적 환경을 고려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다.

무상원조 정책의 또 다른 주의점은 지속 가능성이다. 일례로 종합병원 건립은 실패할 가능성이 큰 원조 방법이다. 우선 개도국의 여건상 종합병원을 채울 의료진이 부족해서 운영이 원활하지 않고 유지비를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 인프라 확충도 일회성 사업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실제 지난 2011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400만달러를 들여 아프리카 르완다 국립대 공과대학에 프로젝터, 컴퓨터, 스캐너를 구비하는 사업이 있었다. 이에 대해 이태주 한성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시설 건축과 기자재 지원 방식은 효과와 지속 가능성이 작다"며 "스웨덴이 매년 정보기술(IT) 분야 전문인력 100명을 초청해 박사를 양성해주는 것처럼 인력과 제도를 구축하는 사업이 더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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