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이 태도변화 없이 시간만 끌면, 한국은 마땅한 대응책 없어

안준용 기자
입력 2019.11.23 03:00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조건부 연장에 시한도 안 정해
美압박에 종료카드 꺼내긴 부담
내달 추진 韓日정상회담 분수령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22일 종료 시한 직전 조건부 연장됐지만, 향후 지소미아에 관한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말 그대로 '조건부 연장'인 데다 시한도 정하지 않아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조치를 풀지 않고 미룰 경우 대응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7월 1일 이전 상황으로 복귀해야 지소미아를 (최종)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 한국을 다시 포함시키고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 수출 규제도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잠정적으로 지소미아 종료를 정지한다는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 시한을 예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 태도에 달려 있긴 하지만 이런 합의 내용이 상당 기간 계속되는 것은 우리가 허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이날을 기해 지난 8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일본에 통보한 외교문서의 효력을 중지시켰다. 향후 협상에 따라 언제든 다시 문서 효력을 활성화해 지소미아를 종료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가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조건으로 내건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를 당장 얻어낼 복안은 마땅치 않다. 일본 측은 수출 규제와 지소미아는 별개란 입장이다. 일본은 수출 규제 명분으로 '수출 물자가 한국을 거쳐 북한 등으로 건너가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쓰일 우려가 크다'는 안보상 이유를 댔다. 일본이 이를 명분으로 계속 수출 규제 조치를 이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본에) 앞으로 주어진 기간은 40일 정도"라며 "일본 정부가 다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포함시키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위해 대략 그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여러 가지 명분을 대며 수출 규제 조치 철회를 미룰 경우 한·일 간 협상이 몇 달 이상 계속 미뤄질 수 있다. 일본 측이 근본적 해법을 요구하는 징용 배상 문제의 해결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협상 기한도 정해놓지 않은 조건부 연장인 만큼 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며 "미국의 강경한 입장을 확인한 만큼 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협상 지연을 이유로 바로 '지소미아 종료'라는 카드를 꺼내기도 쉽진 않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다음 달 열릴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만나면 양국 관계 정상화의 주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선일보 A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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