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세번째 수사도 무죄… 靑 하명수사의 초라한 결말

박국희 기자
입력 2019.11.23 03:00 수정 2019.11.25 11:23

1심 "뇌물혐의 직무관련성·대가성 없어, 성접대는 시효 지나"
文대통령 발언후 재수사… 별건 뇌물 혐의까지 걸었지만 무죄

이른바 '별장 성 접대' 사건으로 지난 6년간 논란이 됐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세 번의 검찰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졌지만 결국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6개월 만에 석방 - 22일 오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구속 6개월 만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이태경 기자
김 전 차관은 '별장 성 접대' 의혹으로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18일 이 사건을 "특권층 범죄"로 규정하고 진상 규명을 지시하자 검찰은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검사 13명을 투입해 김 전 차관을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했지만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하명(下命) 수사'의 초라한 결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는 22일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차관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대부분 "직무 관련성이 없거나 대가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지난 5월 구속된 김 전 차관은 6개월 만인 이날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됐다.

김 전 차관은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3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윤씨로부터 강원도 원주 별장 등지에서 13회에 걸쳐 성 접대를 받은 것 역시 액수를 특정할 수 없는 뇌물 혐의에 포함됐다. 성 접대 여성이 윤씨에게 줄 1억원의 채무가 있었는데, 성관계 사실을 숨기려던 김 전 차관이 윤씨에게 이 돈을 받지 말라고 포기시켰다는 혐의도 있었다. 지인인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2000~2009년 받았다는 4700만원까지 포함해 그의 뇌물 액수는 총 3억원대에 달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여성들과 지속적으로 성관계 기회를 제공받은 사실은 인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고 판단했다. 뇌물죄 공소시효는 액수가 1억원 이상이면 15년, 3000만~1억원 사이면 10년이다. 재판부는 윤씨가 제공한 금품 뇌물 액수 총액을 1억원 미만으로 보고, 이미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본 것이다. 성 접대 여성의 채무 1억원을 대신 면제해줬다는 혐의에 대해선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고, 사업가 최씨에게 받았다는 뇌물도 10년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법무부 과거사위원회의 수사 권고와 문 대통령의 '사실상 수사 지시'로 시작됐다. 검찰은 수사팀을 꾸려 5년 만에 세 번째 수사에 나섰지만 성 접대나 특수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1·2차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피해 여성이 특정되지 않는다"며 기소하지 못했다. 대신 별건의 뇌물 혐의를 찾아내 기소했지만 이날 모두 무죄 판결이 나왔다.

앞서 건설업자 윤중천씨도 지난 15일 성폭행 혐의 등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검찰의 1·2차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피해 여성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대신 윤씨는 별도의 사기 혐의 등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받아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애초 '별장 성 접대' 논란은 윤씨가 성폭행한 여성들을 김 전 차관에게 강제로 성 접대하게 했다는 것이 발단이었지만 성 관련 혐의는 모두 무죄가 나오거나 이를 형법상 뇌물로 처벌하기에는 대가성이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무죄 판결이 나오자 김 전 차관의 아내는 이날 법정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비난 여론이 많았지만 모두 무죄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법과 정의의 원칙에 따라 판결해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A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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