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 답변서에 잘못 찍은 ‘김정숙 도장’... 소송에 소송 불렀다

홍다영 기자
입력 2019.11.22 14:50 수정 2019.11.22 16:55
조국 수석 때 민정수석실, 답변서 잘못 날인
소송인, 공문서위조 혐의로 金 여사도 고소
檢 불기소처분하자, 조 前장관 등에 손배소
法 "도장 잘못 찍혔지만 문서는 유효·적법"

피고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서에 김정숙 여사의 도장이 찍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된 민사 소송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문 대통령 명의의 답변서에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도장을 찍어 제출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이 때문에 소송 당사자는 김 여사를 공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허위 날인’한 민정수석실 책임자는 당시 조국 전 법무장관이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마을버스 운전기사 A씨는 서울시의 대중교통 통합환승 요금제도가 마을버스 운전자들의 생존권과 기본권을 위협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가 각하되자, 2017년 6월 문 대통령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헌법재판관들이 불법적인 판결을 내렸는데도 대통령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따른 손해배상금 3000만 1000원을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법무비서관실은 그해 10월 문 대통령 명의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으니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냈다. 그러나 이 답변서에 도장이 문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것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법원은 작년 10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허위 날인’ 사실이 드러나자 A씨는 김 여사가 문 대통령 이름으로 답변서를 낸 것 아니냐며 공문서 위조 혐의로 김 여사를 고소했다. 이에 김미경 전 법무행정관은 검찰 조사에서 "법무비서관실 행정관이 답변서를 작성했고 내부 결재를 거쳐 법원에 제출했다"며 "김 여사의 인영(印影·도장)은 업무상 착오로 날인됐고 김 여사는 답변서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 여사의 공문서 위조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마저 불기소 처분이 되자 A씨는 청와대 결재 라인에 있었던 조 전 장관과 김 전 행정관 등을 상대로 지난 7월 다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민사소송법상 원고는 ‘적법하고 온전한 답변서’를 받을 권리가 있는데 엉뚱한 도장이 찍힌 답변서를 받아 이 권리가 침해당했다"며 3000만 1000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안성준 부장판사는 지난 9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안 부장판사는 "문 대통령 답변서에 김 여사의 도장이 찍힌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답변 내용과 사건번호, 당사자 표시를 비춰 보면 해당 답변서는 유효하고 적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영 부분만 문제 삼아 문서가 위조됐다고 할 수 없다"면서 "답변서에 대한 불법 행위나 손해가 인정되지 않아 결재를 한 이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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