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던 보디빌더 앞에서 '순한 양' 된 강남역 50대 몰카범

박상현 기자 권유정 기자
입력 2019.11.22 11:13
"내 손 놔라. 야 너 뭐하는 XX야. 왜 이렇게 힘이 세."
"보디빌더입니다."

지난 9월 30일 오후 7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서 고성이 오갔다. 보디빌더 최기범(26)씨는 시민들에 둘러싸여 소리를 지르는 한 남성을 발견했다. 50대 남성 A씨는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여고생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가 시민에 발각된 ‘몰카 용의자’였다. 그는 "증거 있느냐" "억울하다"며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A씨 손에 들린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A씨가 주먹까지 휘두르며 저항했기 때문이다. 이에 최씨는 곧장 뛰어들어 A씨의 양팔과 손목을 움켜쥐었다. 옴짝달싹 못하게 된 A씨는 최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일러스트=정다운
최씨를 포함해 시민 3명이 합세해 A씨를 제압하는 사이 경찰이 출동했다. 사건 당일 경찰 출동 이전까지 최씨를 포함한 시민들과 A씨의 실랑이는 약 20분간 이어졌다. 최씨에게 손발을 제압당한 그는 "너 뭐하는 애냐" "왜 이렇게 힘이 세냐"며 욕설을 했다고 한다.

최씨는 22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통화에서 "몰카범이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달려 들었다"며 "몰카범이 손을 놓으라면서 대체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는데, ‘보디빌더’라고 대답하니 이내 조용해졌다"고 했다.

그는 2017년부터 활동한 보디빌더 선수다. 최씨는 "범인 검거는 다른 시민들이 같이 도와주신 덕분이다. 바벨을 잡으면서 악력을 키운 보람을 느꼈다"며 웃었다.

22일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지난 9월 강남역을 지나던 시민들의 도움으로 현장에서 검거한 A씨를 지난 8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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