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홍콩사태 강대강 대결로

홍콩=박수찬 특파원
입력 2019.11.22 03:01

트럼프, 홍콩인권법 서명할 듯… 中 "美의 사악한 본심 드러나"

미국 의회가 '홍콩인권민주주의법'(홍콩인권법)을 통과시키면서 홍콩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법에는 홍콩 내 반정부 시위대를 지원하는 내용도 담겨 있어 6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홍콩 시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21일 낮 홍콩 도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홍콩인권법에 서명해달라고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20일(현지 시각) 미국 하원은 전날 상원에서 통과된 홍콩인권법을 가결했다. 미국 행정부가 매년 홍콩 자치 수준, 인권 상황을 평가해 의회에 보고하고, 홍콩에 대한 관세·투자 우대 혜택을 축소할 수 있는 내용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미국이 자유를 사랑하는 홍콩 시민과 연대한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홍콩인권법 지지” - 홍콩 시위대가 21일 홍콩 중심가인 센트럴 IFC 쇼핑몰에서 미국 의회의 홍콩인권민주주의법 통과를 지지하며 손가락 5개를 펼쳐 보이고 있다. 손가락 5개는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등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을 의미한다.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안에 법안에 서명할지, 거부권을 행사할지 결정해야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상황을 아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주중 미국 대사를 지낸 맥스 보커스 전 대사는 미 CNBC 인터뷰에서 "워싱턴에 팽배한 반중 정서로 볼 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법안 통과 소식이 알려지자 21일 홍콩 시위대 수백명은 홍콩 중심가인 센트럴 IFC 쇼핑몰에 들어가 "홍콩을 구해달라" "법안에 서명하라" "자유를 위해 싸우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흔드는 시위대도 있었다. 최근까지 홍콩 시위를 이끌어 온 야권 단체 민간인권전선은 다음 달 8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홍콩인권법이 시위로 유죄를 받은 학생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며 "민주운동가들이 환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인권법에는 홍콩 학생이 미국에 유학·취업 비자를 신청할 때 홍콩 내에서 정치적 이유로 체포, 구금을 당했다는 것으로 비자 신청을 거부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이에 격렬하게 반응했다. 중국은 전날 홍콩인권법이 미 상원을 통과하자 외교부,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인민일보 등 관련 기관이 총동원돼 미국에 대해 "패권주의적이고 사악한 본심을 드러냈다"며 보복을 예고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1일 베이징에서 윌리엄 코언 전 미 국방장관을 만나 "우리는 결코 홍콩의 번영·안정,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깨뜨리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증시는 이날 전날 대비 1.57% 하락했다.



조선일보 A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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