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청룡 '기생충'을 택했다

송혜진 기자 황지윤 기자
입력 2019.11.22 03:01

[제40회 청룡영화상]

'기생충' 작품상 등 5개 부문 수상
남·여 조연상엔 조우진·이정은, 신인감독상은 '엑시트'의 이상근

100년의 한국 영화와 불혹의 푸른 용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택했다. 21일 밤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40번째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은 총 12개 부문 중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우수작품상과 함께 감독상·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미술상 등 5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청룡의 여의주까지 '기생충'이 차지한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을 받고 "감사하다. 저도 청룡영화상 감독상은 처음 받는다"고 했다. 최우수작품상 수상을 위해 봉준호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오른 배우 송강호는 "'기생충'의 원동력은 관객 여러분이 만들어주셨다. 이 영광을 관객 여러분께 바친다"고 했다. 옆에 선 봉준호 감독의 눈가가 문득 붉어졌다.

정우성·조여정 청룡영화 남녀주연상 - 청룡과 첫 만남은 뜨겁고도 벅찼다. 영화 ‘증인’으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정우성(왼쪽)은 얼떨떨한 미소를, ‘기생충’으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조여정은 눈물 섞인 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 모두 청룡영화상에서 처음으로 본상 트로피를 받았다.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여우주연상을 받은 조여정('기생충')의 눈물은 축제의 꼭짓점이기도 했다. 조여정은 "이 부문만 '기생충'이 못 받을 줄 알았다"면서 눈물을 쏟았다. "언제라도 버림받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짝사랑하듯 연기해왔다. 앞으로도 묵묵히 짝사랑하겠다." 객석에선 갈채가 터졌다.

남우주연상은 정우성('증인')에게 돌아갔다. 정우성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제가 트로피를 든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할 남자, 이정재씨와 영광을 같이하겠다"고 했다.

‘국가부도의 날’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 조우진(왼쪽)과 ‘기생충’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호연을 보여줬던 배우 이정은. 남·여 조연상을 받은 두 사람은 모두 벅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뉴시스
여우조연상 수상자인 이정은('기생충')은 이날의 무대를 빛낸 또 다른 눈물의 여왕이었다. 그는 "'기생충'으로 너무 주목받게 되니까 약간 겁이 났다"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털어놨다. "이 상을 받고 보니 며칠은 쉬어도 될 것 같습니다…."

남우조연상 조우진('국가부도의 날')도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일이 이 일(연기) 같다. 앞으로도 이 상을 지표로 삼겠다."

신선한 작품에 상이 연달아 돌아가기도 했다. 신인감독상은 영화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에게 돌아갔다. 되는 일이 없는 두 청춘 남녀가 유독가스가 퍼진 도시를 탈출하는 내용. 각본상은 독립영화 '벌새'의 시나리오를 쓴 김보라 감독이 받았다. '벌새'는 각종 영화제에서만 35개에 이르는 상을 거머쥔 작품. 성수대교가 무너졌던 1994년 한국 사회의 그늘을 여중생 은희(박지후)의 눈으로 비춰냈다.

신인여우상은 배우 김윤석이 연출한 영화 '미성년'에 출연한 김혜준, 신인남우상은 영화 '양자물리학'의 박해수가 받았다. '극한직업'과 '스윙키즈' '엑시트'는 각각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청룡영화상은 1963년 첫 개최 이후 규모와 권위에서 모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매년 시상식이 열리기 불과 몇 시간 전 수상자를 결정한다. 후보는 물론이고 주최 측조차 수상자가 누구인지 미리 알 수 없다. 올해 시상 부문은 작품상, 감독상, 남녀주연상 등 총 12개 부문. 2018년 10월부터 1년간 개봉한 한국 영화 174편을 대상으로 영화계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설문조사와 심사위원 8명의 심사, 네티즌 투표 결과를 종합해 수상작과 수상자를 엄선했다.




조선일보 A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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