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전쟁 판결' 뒤집은 대법관 7명 중 6명, 文정부서 임명

오경묵 기자
입력 2019.11.21 18:16
朴 정부 임명 대법관 5명 중 4명은 "제재 적법"
박정화·노정희 등 文 임명 진보 대법관들 "제재 부당"
중도 성향 민유숙·안철상·이동원, 의견 갈려
6대 6 팽팽…‘진보’ 金 대법원장이 캐스팅보트
법조계 "진보로 기운 대법원 보여주는 상징적 판결"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원 대법정에서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파로 묘사해 이른바 '역사전쟁'을 촉발했던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가 적법했는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론은 7(파기환송)대 6(상고 기각)으로 갈렸다. "방통위의 제재는 부당하다"는 파기환송 의견을 낸 대법관 7명(김명수 대법원장 포함) 가운데 6명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법조계에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진보로 기운 대법원의 성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21일 백년전쟁을 방송한 시민방송이 "제재 조치 명령을 취소하라"며 방통위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사실상 시민방송의 손을 들어줬다. 방통위의 제재 조치를 취소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대법 전원합의체에는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 등 총 13명이 참여한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은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017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다. 대법 전원합의체에 참여한 12명 대법관 가운데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은 5명(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김재형)이다. 다른 7명(박정화·안철상·민유숙·김선수·노정희·이동원·김상환)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다.

파기환송을 낸 대법관은 김 대법원장과 김재형·박정화·민유숙·김선수·노정희·김상환 대법관 등 7명이다. 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 대법관 등 6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사건의 주심을 맡은 김선수 대법관은 "방통위의 제재조치는 부당하다"는 파기환송 의견을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창립 멤버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민변 회장을 지낸 그는 진보 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역시 파기환송 편에 선 박정화·노정희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김상환 대법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모두 법원 내 진보 성향 법관 모임으로 평가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김재형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전원합의체 사건에서 소수의견을 가장 많이 내는 등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도 이번 전원합의체에서 파기환송 의견을 냈다.

김재형 대법관을 제외하고, 박근혜 정부 당시 취임한 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모두 "방통위의 제재 조치는 타당하다"는 상고기각 의견을 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지만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안철상·김상환 대법관도 같은 편에 섰다.

크게 보면 임명권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반으로 갈라졌던 이번 사건의 캐스팅보트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행사했다. 대법 전원합의체 심리는 통상 '말석' 대법관부터 의견을 내는데, 6대 6으로 갈릴 경우 재판장인 대법원장의 판단에 따라 판결이 나뉜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 내 대표적인 진보 성향 인사로 꼽힌다. 우리법연구회 회장과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일선 고법·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할 때도 진보 성향의 판결을 여러 차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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