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최측근 배신에 탄핵 지지율 급상승...벼랑끝에 몰린 트럼프

유진우 기자
입력 2019.11.21 15:05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주고받기식 대가)가 있었냐고? 내 답변은 ‘예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에서 연이틀 ‘폭탄’ 증언이 나왔다. 이번 폭탄은 이전 것보다 파괴력이 훨씬 강하다. 미국의 안보를 담보로 사익을 추구했다는 결정적 증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재선은 고사하고 생존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고든 손덜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는 20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하원이 주도하는 대통령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 4일째 증언대에 올라 "나를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 장관과 참모들은 우크라이나가 2016년 미국 대선과 부리스마(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에 대한 수사를 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며 "미국 대통령이 내린 분명한 지시(express direction)에 따랐다"고 말했다.

고든 손덜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는 20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하원이 주도하는 대통령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 4일째 증언대에 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손덜랜드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 선거 캠프에 거액을 기부한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덕에 외교관 출신이 아님에도 EU 주재 대사 자리를 거머쥐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믿었던 ‘두둑한 후원자’의 입에 치명상을 입은 셈이다.

손덜랜드 대사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수사를 하겠다고 확답을 줄 때까지 3억9000만달러(약 4600억원)에 상당하는 군사 원조를 늦춘다면, 이 부분이 잠재적으로 ‘퀴드 프로 쿼’에 해당하는지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이 생경한 라틴어는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뭔가에 해당하는 뭔가(what for what)’라는 말이다. ‘혜택 받은 것에 대한 대가성 지불’을 슬쩍 돌려 말하는 단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퀴드 프로 쿼는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수사를 언급한 건 맞지만, 이는 우크라이나 부패 청산을 위한 건전한 취지였을 뿐 이를 조건으로 대가성 거래를 하진 않았다는 것.

그런데 손덜랜드 대사의 증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정적(政敵)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 관련 수사를 강압적으로 요구하면서 우크라이나에 그에 걸맞는 대가를 놓고 거래를 했다고 인정한 셈이다. 이는 민주당이 결정적 탄핵 사유라 주장하는 ‘퀴드 프로 쿼’가 성립함을 의미한다.

대가성 거래 여부는 이번 탄핵조사의 핵심 쟁점이다. 민주당은 이미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확정한 군사원조 3억9000만 달러를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일부러 지연시켰다고 의심하고 있다. 만약 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미국 외교 정책을 뇌물 삼아 외국 공직자를 매수하는 데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뇌물죄는 연방 헌법에 반역죄, 기타 중범죄, 비행과 함께 탄핵 사유로 적시된 범죄 중 하나다. 권력 남용 역시 명백한 탄핵 사유다.

손덜랜드 대사는 또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과 커트 볼커 우크라이나 특별 대표도 이번 일에 가담했다"며 "지시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변호사를 통해 일했다"고 증언했다. 줄리아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비공식 ‘사이버 안보보좌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라는 국가 사안에 줄리아니라는 ‘비선 라인’을 가동했다는 주장이다. 손덜랜드는 "우리는 줄리아니와 일하는 게 내키지 않았지만, 대통령 지시여서 따랐다"고 말했다.

뉴욕 시장을 역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돌프 줄리아니가 트럼프 지원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과 참모들은 이런 사안을 속속들이 알면서도 침묵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덜랜드 대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과 미국을 겨냥한 수사 관련 업무를 논의하는 이메일 수신인 목록에는 펜스, 폼페이오, 볼턴, 폼페이오의 수석 비서, 펜스의 수석 비서를 포함한 고위 관계자 여러명이 모두 올라 있었다"며 "그들 모두 이 일의 핵심 일원(in the loop)이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여론 역시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굳이 탄핵까지 해야 하느냐’던 여론층이 청문회 생방송을 보고서는 ‘탄핵감이다’ 쪽으로 돌아서는 추세다.

18일 ABC 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외국 정상에게 정치적 경쟁자를 조사하라고 요청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잘못(wrong)"이라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잘못이 아니다’라는 답변은 25%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했다는 응답자 중 상당수는 이 잘못이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다. 탄핵하고, 파면까지 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과반이 넘는 51%로 나타났다.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만, 파면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은 6%, 탄핵이나 파면 요건 모두 아니라는 의견은 13%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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