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주한미군 1개 여단 철수 검토

워싱턴=강인선 특파원
입력 2019.11.21 03:00 수정 2019.11.21 05:58

美소식통 "트럼프가 원하는대로 방위비 협상 안될 상황 대비"
美국방, 한미협상 결렬 1시간도 안돼 "미군 감축, 예측 않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서 한국이 미국의 5배 인상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 주한 미군 1개 여단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19일(현지 시각) 알려졌다. 미국은 기존 분담금에서 5배 인상된 50억달러(약 6조원)를 요구하며 한국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협상 과정을 잘 아는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날 "한국과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1개 여단 철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철수를 고려하는 1개 여단의 성격과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군에서 1개 여단은 3000~4000명으로, 이 정도 감축은 미 의회가 2019년 국방수권법으로 규정한 최소 규모를 건드리지 않는 수준이다.

미 의회는 2019년도 국방수권법 등을 통해 현재 약 2만8500명인 주한 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줄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장치는 현재 주한 미군 규모에서 최대 6500여명까지는 감축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19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렬로 인한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추측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필리핀을 방문 중인 에스퍼 장관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만약 한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되면 다음 결정은 무엇인가. 주한 미군 감축을 고려할 것인가'란 질문에 "방위비 협상과 관련, 나는 우리가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것에 대해 예측하거나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부유한 나라"라며 "더 기여할 수 있고 더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에스퍼 장관의 이 발언은 지난 15일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에스퍼 장관은 현 안보 상황을 반영하여 주한 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 준비 태세를 향상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한 것과는 상당한 뉘앙스 차이가 있는 것이다. 특히 그의 이 발언은 19일 한국에서 열린 3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파열음 속에 80분 만에 끝나고 채 1시간도 안 돼 나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주한 미군 감축 시도가 미·북 협상 과정에서 나올 가능성을 우려했다. 하지만 동맹국 한국과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압박 수단으로 거론되자 불필요하게 동맹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A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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