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北주민 추방' 사건…전문가들 "법치주의 제대로 지켰나" 의문 제기

윤희훈 기자
입력 2019.11.17 06:00 수정 2019.11.17 22:17
김연철 장관 "北어민 추방 결정 위해 검토한 법률 많다"면서도 명확한 법적 근거 못 밝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5일 오후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흉악범죄 북한 주민 추방과 관련한 의원 질의 답변을 마친 뒤 잠시 눈감고 있다./연합뉴스
동료 선원 16명 살인 혐의를 받는 북한 어민 2명 강제 북송(北送). 분단 이후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면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북한 주민 추방 조치에 대해 "국민이 위협에 노출될 개연성을 차단하기 위해 추방을 결정했다"면서 "흉악범 도주라는 새로운 상황에 대해 정부가 적극 대응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 주장대로 북한 이탈 주민이라도 흉악범을 대한민국이 받아줘야 하느냐는 여론이 있는가 하면, 설령 이들이 살인자라 할지라도 고문과 처형이 기다리고 있는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결정을 문명국가의 정부가 할 수 있느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북한 어민 2명을 나포한 지 닷새만에 북으로 돌려보내면서 법적 절차를 충실히 거쳤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김연철 통일부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연 긴급 현안 질의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이 됐다. 국회 외통위원들은 김 장관을 상대로 정부가 어떤 법적 근거에 따라 이들을 강제 북송했는지를 집중 질문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검토한 법률들은 많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법 조항을 근거로 했는지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고, 야당 의원들은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정부가 초법적 조치를 했다고 비판했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북한 주민 추방 조치가 헌법과 법률을 무시했다는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모든 행정 조치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만든 법률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흉악범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정부가 무슨 법에 따라 누가 추방 조치를 결정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 사건은 북한 주민 2명의 북송이 이뤄지기 직전 국회에 출석해있던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잡히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법학자들은 이런 정부의 행태에 대해 "행정 행위의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北서 범죄 저지르면 대한민국 국민 아니다?

정부의 북한 주민 2명 강제 북송 조치를 두고 논란이 커진 것은 헌법상 이들도 대한민국 국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 제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헌법 조항과 국적법에 따라 북한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자연적으로 한국 국민의 자격을 갖는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도 지금까지 모든 판례에서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북한 주민 북송 조치와 관련해 북한 이탈 주민이 한국 국적을 얻기 위해서는 '귀순 의사'가 확인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거꾸로 '대한민국 국민이 되고 싶다'는 귀순 의사가 없다면 북송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번에 월남한 북한 주민 2명은 정부 합동 심문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구두로 밝혔으며, 귀순 의향서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귀순 의사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들이 도주 과정에서 나포했고, 합동심문 결과 범죄 혐의가 드러난만큼 이번 월남은 '대한민국 국민이 되고자 하는 귀순'이 아닌 '처벌을 피하기 위한 도피'로 봐야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법학자들은 이들이 비록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도피성 월남을 했다해도 개인의 양심에 따라 자유 의사로 귀순 의사를 밝혔을 경우 우리 국민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이들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검찰과 법원이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을 지낸 조정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탈북 의도가 무엇이었든 국내에 들어와 귀순 의사를 표명했다면 귀순 의사가 있다고 보는 게 맞는다"면서 "이후 문제는 국내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북한인권대사를 지낸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귀순 절차는 귀순 ‘의사표시’와 그에 대한 ‘확인’으로 족하고 그 이후엔 대한민국의 ‘수용 의무’만 발생한다"면서 "정부가 한국 국민을 해외나 북한으로 추방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송 근거로 살인 등 중죄를 저지른 탈북자는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을 들고 있다. 그러나 비보호 결정을 받고도 한국에 사는 탈북자가 1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 북한으로 추방됐다./통일부 제공
◇헌법이 정한 기본권 무시 논란

이번에 추방당한 북한 주민 2명은 합동심문과 강제 추방 과정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합동심문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했으며, 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간주되는 '무죄추정의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추방 조치에 대해 '위헌적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헌법은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조항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명시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헌법 제10조의 국민의 행복추구권이다.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의 법적 평등을, 제12조는 신체적 자유와 변호인 조력 권리 내용을 담고 있다. 제27조는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 추정의 원칙을, 헌법 제 37조는 모든 국민의 권리는 법률에 의해서만 제한을 받는다고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추방당한 북한 주민 2명은 이 중 어떤 권리도 보장받지 못했다. 이들은 판문점에서 북한 군인에 인계되는 순간까지 자신들이 북송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이번 북한이탈주민 추방 조치는 법률적으로, 특히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이들이 귀순 의사를 밝히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호해달라는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정부가 반(反)국가단체가 관할하는 지역으로 일방적으로 추방한 것은 불법적 조치"라고 했다.

물론 이번 사안을 단순히 현행법 측면에서만 재단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다. 남북 관계라는 특수성에서 정치적으로 고려할만한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러나 "남북 간 정치적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절차적 문제가 심각했다"며 "아무도 모르게 '깜깜이 북송'을 하려고 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번 사건처럼 계속 비밀리에 남북 간 문제를 추진하면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제성호 교수는 "정부가 추방 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와 같은 공식 기구의 절차를 밟거나 재판을 거쳤어야 했다"면서 "더구나 절차를 거쳐 북송 결정이 나오더라도 추방당한 북한 주민은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보장된다. 법률에 '이의신청' 절차가 명시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오른쪽)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게 흉악범죄 북한주민 추방과 관련한 질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무죄 나올까봐 추방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외통위 긴급 현안 질의에서 북한 주민 2명의 국내 처벌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들의) 진술만으로 기소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증거나 기타 등등 여러 가지가 추가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관련된 모든 것이 북쪽에 있는 상황에서 기소가 가능하겠는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범죄 사실을 입증할 증거와 증인이 모두 북한에 있어 형사 소추나 공소 유지의 근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장관의 이런 발언은 정부가 북한 주민 2명을 살인범이기 때문에 북송했다는 주장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법정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증거들을 바탕으로 이들이 살인범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법무장관을 지낸 대안신당의 천정배 의원은 긴급 현안 질의에서 "정상적으로 수사를 개시하고 변호인 조력을 받을 기회를 줬어야 마땅했다"며 "수사도 2명이 체포됐기 때문에 '죄인의 딜레마' 등의 방식으로 증언을 확보하면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방식으로 대한민국이 수사를 개시하고 재판 절차를 밟은 다음에 추후 북한에서 범죄인 인도를 요구하면 법적 절차를 따라 북송 조치 등을 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만약에 형사법에 따라서 기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서 석방할 수밖에 없다면 그 조치에 대해서 과연 대한민국 국민 누가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북송 조치의 정당성을 설명하면서 북한 관할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 혐의에 대한 형사 소추의 어려움과 법원에서 증거 부족으로 무죄가 나올 것을 염려한 것은 행정권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검사 출신인 바른미래당의 박주선 의원은 "만약 이들(북한 주민 2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다면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청와대가 빨간 신호등 뒤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 성형주 기자
◇ '강제 추방' 누가 최종 결정 했나?

이번 사건 처리에서 송환조치를 결정한 주체가 누구이냐도 쟁점이다. 지난 15일 국회 외통위 긴급 현안 질의에서도 탈북민 추방 결정의 최종 결재권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천정배 의원은 이날 김연철 장관에게 "북 어민 2명의 추방을 결정한 법적 주체가 모호하다"며 최종 결정권자가 누군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 장관은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천 의원은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의 참모일 뿐, (행정) 처분의 권한이 없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의원도 "국가안보실이 독자적인 행정관청으로서 행정 행위를 할 수 있느냐"면서 "(대통령) 비서실은 헌법적 기구가 아니다. 안보실이 나름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합동심문 내용을 공유할 수 있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통일)장관이 아니냐"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김무성 의원이 "청와대에서 (추방을) 결정했냐"라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김 장관 발언을 종합하면 통일부는 정부의 합동심문 결과를 바탕으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관계 부처와 협의해 결정한 사안을 북한에 전달하는 역할만 맡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통일부는 긴급 현안 질의 때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국가안보실이 국가 위기관리의 컨트롤타워로서 통합적 위기관리를 수행했다"면서 그 근거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대통령 훈령 388호)을 들었다. 그러나 이는 청와대가 관계부처와 협의한 데 대한 근거는 될 수 있어도 청와대가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한 추방 처분을 내릴 권한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김 장관은 합동심문 조사를 진행한 국정원으로부터 북한 주민 2명의 합심 진술서를 온전히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합심 진술서가 모두 몇 페이지였냐"는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의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 유 의원이 "진술서 일부를 저쪽(국정원)에서 발췌해서 통일부를 준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고 묻자 김 장관은 "그렇다"고 했다. 김 장관은 북한 주민 2명의 심문 영상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정부가 북한 이탈 주민 2명을 나포 닷새만에 살인사건 관여를 자백했다는 이유 등으로 국내법이 정한 각종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북송하는 바람에 직권 남용 논란도 일고 있다. '정의로운 통일을 생각하는 법률가 모임'이 지난 11일 북한 주민 추방 사건과 관련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형법상 직권 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공공수사1부에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의 직권을 남용해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불법체포와 불법감금 조항이 적용될지도 주목된다. 형법 제124조는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당의 정진석 의원은 "정부의 이번 추방 조치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실정법을 위반한 행위"라면서 "현 정권에서는 문제를 안 삼고 넘어갈지 모르겠지만 정권이 바뀌면 이 사안에 연루된 관계자들은 모두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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