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근육 만들며 4년, 어깨 부상 극복했죠"

양지혜 기자
입력 2019.11.16 03:37

김용일 코치의 '류현진 훈련법' 그의 박수와 기합, 다저스 명물 돼
"올스타전 선발·사이영상 2위… 그의 최고 시즌을 증명해 기뻐"

"단 한순간도 현진이의 상태를 허투루 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야 발 뻗고 편히 잡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낸 류현진 곁에는 김용일(53) 코치가 있었다. 그는 전담 트레이너로서 류현진이 건강하게 한 시즌을 치르도록 도왔다. 김 코치는 "올해 목표가 30경기 등판이었는데 정규리그 29경기 출전에 올스타전 선발, 사이영상 득표 2위까지 했으니 초과 달성했다"며 "무엇보다 '건강한 류현진'을 증명해 기쁘다"고 했다.

바닥부터 정상까지 함께 올랐다. 김 코치는 2016년 겨울 오키나와에서 만난 류현진을 잊지 못한다. 당시 류현진은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받아 '재기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들었다. 전문가들은 그의 부활 가능성을 5% 미만으로 내다봤다. 재활 운동은 소설 한 편을 자유자재로 쓰던 작가가 철자법부터 새로 익히는 것과 맞먹는 고통이지만, 둘은 매일 웃으면서 근육을 만들었다. 이후 류현진은 겨울마다 김 코치와 훈련했고, FA(자유계약선수) 성패가 달렸던 올 시즌을 앞두고는 전담 트레이너로 모셨다. "구단에도 트레이너가 있는데 제가 동행한 것은 이례적 경우였습니다. 그만큼 현진이가 특별 대우를 받았죠."

김용일(왼쪽) 코치와 류현진은 바닥부터 함께했다. 김 코치는 2016년 겨울부터 류현진의 수술한 어깨와 팔꿈치 근육을 되살렸고, 류현진은 더 강해진 어깨로 2019년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정복했다. /김용일 코치
김 코치는 '내부자'로 겪었던 메이저리그를 살벌한 전쟁터로 표현했다. "세계에서 가장 야구 잘한다는 선수들이 루틴(습관적 반복 행동)에 미친 듯이 집착하는 모습에 놀랐어요. 다들 자기 생체리듬과 정신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경기에 나섰죠. 클레이튼 커쇼는 등판을 앞두면 가족과도 말을 안 했어요."

류현진도 선발 등판 하는 날엔 분(分)과 초(秒) 단위 루틴을 지켰다. 등판 전날엔 감자탕을 먹고, 경기 당일 5시간 전부터 포수·투수코치와 전력 분석을 했다. 온탕에 몸을 녹이고 나와 전신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1시간 이상 하고, 다시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골반 근육과 내전근을 더 풀어준 뒤 불펜 피칭을 하고선 마운드에 오르는 게 주요 과정이었다. 등판이 끝나면 어깨·팔꿈치 보강 운동과 러닝 등 빼곡한 훈련 루틴이 반복됐는데 이 스케줄도 어김없이 지켰다.

김 코치는 "현진이가 '게으른 천재' 이미지인데 실제로는 보는 사람이 아연해질 정도로 야구에만 몰입한다"며 "올해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했는데, 쏟았던 땀은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여름 4경기 연속 부진해 1점대 평균자책점이 무너졌을 때가 참 아쉽다고 했다. "결과론이지만 그때 한 템포 쉬었더라면 사이영상을 탔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시즌을 잘 마쳐 다행입니다."

김 코치는 미국에서 '리치 김'으로 불렸다. 야구로 대기만성한 다저스 투수 리치 힐의 이름을 땄다. 리치 김의 박수와 기합 속에서 류현진이 운동하는 모습은 다저스 웨이트트레이닝장의 명물이 됐다. "현진이에 대한 동료들의 관심은 대단했습니다.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받은 선수가 재기를 넘어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으니까요."

김 코치는 이달 초 먼저 귀국해 류현진이 국내에서 진행할 회복 훈련 프로그램을 준비해왔다. 류현진의 FA 거취가 미정인 까닭에 그가 내년 시즌도 함께할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에서 경험한 모든 것을 한국에서 나누겠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현진이 덕분에 메이저리그의 첨단 훈련 시스템을 익혔습니다. 이 데이터들을 앞으로 한국 야구 발전에 쓰고 싶어요."



조선일보 A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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