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숙명여고 쌍둥이와 조국 딸, 그들에게 내려진 '이중잣대'

조유미 기자
입력 2019.11.16 03:00

부모·자식이 함께 저지른 입시비리, 비슷한 사건인데…

쌍둥이 딸에게 시험 답안을 유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은 숙명여고 교무부장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15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오는 22일로 연기됐다. A씨 쌍둥이 딸도 올해 8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응징' 과정은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조민(28)씨 경우와 비교된다. 죄질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두 사건은 똑같이 '부모와 자식이 함께 저지른 교육 비리'였다. 그런데도 당사자에게 권력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해 크게 다른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의 딸들, 경찰 수사 단계서 퇴학

쌍둥이 자매와 그 아버지 A씨의 혐의는 '시험 부정'이다. 부녀(父女)는 숙명여고 교무부장과 학생이었다. 사건은 하위권 성적이던 이 학교 2학년 쌍둥이 자매가 작년 7월 각각 문과·이과 교내 시험에서 동시에 전교 1등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학부모들이 A씨의 시험지 유출 의혹을 제기했고 이를 언론이 보도했다.

여론이 들끓자 정부 기관들은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보도 하루 만에 서울시교육청이 조사에 착수했고, 2주 만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나흘 만에 A씨를 입건했고, 이어 미성년자인 쌍둥이도 입건했다. 그해 11월 1일 쌍둥이는 학교에 자퇴를 신청했다. 학교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른 학부모가 '퇴학'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같은 달 12일 경찰이 A씨 부녀를 '재판에 부치자'는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 학교 측은 그달 30일 쌍둥이의 성적을 '0점' 처리하고 퇴학시켰다. 퇴학 시점까지 교육청과 경찰이 확인한 사실은 'A씨가 주말에 나와서 혼자서 시험 문제와 정답을 수차례 검토하고도 추가 근무를 기록하지 않았다' '쌍둥이는 오답(誤答)도 똑같았다' 등 정황 증거뿐이었다.

엄격한 처분은 퇴학 이후에도 이어졌다. 검찰은 아버지 A씨를 일반 재판에 부쳤지만, 쌍둥이는 소년부로 송치했다. 미성년자였기 때문이다. 소년부 사건은 유죄로 확정되더라도 전과(前科)가 남지 않는다. 하지만 법원이 이를 뒤엎었다. 올해 6월 "일반 사건으로 처리하라"며 검찰로 돌려보낸 것이다. '죄질이 무겁고 당사자가 혐의를 부인한다'는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쌍둥이는 결국 성인과 마찬가지로 정식 재판을 받고 있다.

◇장관의 딸은 혐의 드러나도 재학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58)씨와 딸 조민씨는 '입시 부정' 혐의를 받는다. 입시에 필요한 각종 증명서를 해당 기관 내부인의 도움을 받아 허위로 발급받거나, 아예 직접 위조해 제출한 것이다.

조씨가 고교생 신분으로 '병리학 논문 제1 저자'가 됐고, 이 스펙이 고려대 입학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지난 8월 20일 언론에서 처음 제기됐다. 조씨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공주대 등에서도 비슷한 인턴 증명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청이 움직이지 않자 일주일 만에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9월 3일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된 '동양대 총장상(賞)'도 가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9월 6일 정씨를 동양대 총장상 위조 혐의로 1차 기소했고, 논문 1저자 등 다른 스펙 7건 조작 등 혐의를 확인해 지난 11일 2차 기소했다. 공소장에서 조씨는 모친 범죄의 '공범'으로 적시됐다.

조씨의 혐의는 검찰 외에도 여러 기관이 확인했다. KIST는 조씨에게 인턴 증명서를 허위 발급해준 직원을 지난달 보직 해임했다. 대한병리학회는 조씨를 논문 저자로 올려줬던 교수로부터 "조씨가 해당 논문에 기여한 바가 사실상 전혀 없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해당 논문을 취소 처분했다.

하지만 조씨는 여전히 '고려대 졸업생'이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이다. 고려대는 의혹이 나온 직후 "논문 작성에 하자가 있다면, 입학을 취소할 수 있다"고 했지만, 논문이 취소된 지 2개월이 넘은 15일에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부산대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법원 판결이 나오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A10면
도시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