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정경심을 계속 만나게 놔두는 '조국만의 특혜'

조백건 기자 이정구 기자
입력 2019.11.16 01:30 수정 2019.11.16 09:20

피의자 조국, 구속된 아내 사흘에 한번꼴 만나… 법조계 "일반인은 상상 못할 일"
曺, 검찰서 묵비권 다음날 또 면회… 鄭 구속 뒤 최소 7번 말맞춘 의혹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5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아내 정경심씨를 면회했다. 조 전 장관이 검찰에 출두해 8시간 동안 검사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안 한 '묵비권 조사'를 받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조 전 장관은 아내 정씨가 구속된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최소 7차례 면회를 왔다. 언론에 공개된 횟수로만 쳐도 3~4일에 한 번씩 면회를 왔다. 조 전 장관은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 전날(13일)에도 서울구치소를 방문했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조 전 장관의 면회를 왜 안 막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족 간 면회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아내 정씨와 불법 사모펀드 투자, 자녀 입시 비리, 증거 인멸 등 4개 이상의 범죄를 공모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다. 공범 관계인데 계속 면회를 허용하면 '말 맞추기'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아내 면회 마치고 나온 조국 - 15일 오전 조국 전 법무장관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아내 정경심씨를 면회하고 나와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면회 전날인 14일 오전 9시 30분부터 8시간 넘게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검사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이미지 크게보기
아내 면회 마치고 나온 조국 - 15일 오전 조국 전 법무장관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아내 정경심씨를 면회하고 나와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면회 전날인 14일 오전 9시 30분부터 8시간 넘게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검사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물론 두 사람의 대화는 녹음된다. 검찰이 두 사람의 면회 내용을 받아 볼 수 있다. 또 두 사람의 변호인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수사 상황은 면회를 통하지 않고서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서정욱 변호사는 "둘만 알 수 있는 단어나 몸짓 등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면 검찰이 나중에 접견 기록을 본다 해도 내용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접견 금지는 증거 인멸을 막기 위한 조치인데 증거 인멸을 공모했다는 두 사람의 접견을 허용하는 건 특혜"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10분간 면회를 마치고 오전 10시쯤 누군가 운전하는 은색 오피러스 차량을 타고 구치소를 떠났다. 그는 몰려드는 기자들에게 손사래를 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이 아내 정씨를 처음 면회 갔던 건 지난달 24일이다. 당시 그가 서울구치소로 향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퍼지자 상당수 법조인은 "조 전 장관이 헛걸음한 것"이라 했다. 공범 관계인 두 사람의 면회를 막기 위해 검찰이 이미 '접견 금지' 조치를 해놨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아내를 면회하고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왔다.

법조계 인사들은 "일반인이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 "조국과 그 가족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한 변호사는 "사기 등 형사 사건에서 공범이 아직 검거되지 않았으면 피의자의 가족까지 다 접견을 금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정씨의 혐의 중에도 사기가 포함돼 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조국이 아니었다면 벌써 접견 금지를 했을 것"이라며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조 전 장관과 정씨가 가족이라서 접견 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검찰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할 땐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의 접견을 금지했었다. 검찰은 당시 최씨와 딸 정씨가 공범이라고 보고 수사를 벌였다. 공범들의 면회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판단대로라면 공범 관계인 조 전 장관과 아내 정씨의 접견도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선 "최순실은 믿는 정권이 사실상 끝났을 때 수사를 받았고, 조국은 믿는 정권이 살아 있을 때 수사를 받았다는 차이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동안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을 둘러싼 '특혜 수사'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조 전 장관과 아내 정씨는 언론의 눈에 띄지 않는 검찰 청사 안 '비밀 통로'를 오가며 수사받았다. 검찰 직원들이 '비밀 통로' 입구인 검찰 지하주차장 앞에 진 치고 있는 기자들을 쫓아내기도 했다. 전례 없는 '황제 조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 재벌총수 모두 검찰청사 앞에 그려진 포토라인에 선 뒤 현관문을 통해 조사실로 올라갔었다.

아내 정씨는 '비밀 통로'를 이용해 조사받으면서도 자주 "건강이 안 좋다"며 일찍 집에 갔다. 조 전 장관도 '비밀 통로'로 조사실로 들어간 뒤에는 "진술을 거부하겠다"며 검사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검사들 사이에도 "직전 법무부 장관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애당초 언론 눈에 들지 않게 '비밀 통로'로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쪽은 조 전 장관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런 '배려'를 받은 조 전 장관이 수사에 협조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진술을 거부하자 수사팀 내에선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더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A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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