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법무장관에 수사보고는 검찰청법 위배...엄정 대응하라"

최재훈 기자 정준영 기자
입력 2019.11.14 16:48 수정 2019.11.14 17:31
법무부, 검찰 패싱하고 지난 8일 文 대통령에 ‘개혁안’ 보고
직접수사 부서 37개 폐지에...핵심은 주요 수사 단계별 보고
대검 관계자 "尹 총장 격노...간부들도 어처구니없다 반응"
법조계 "5共 때 검찰 통제보다 더해…부패수사 말라는 것"

조국 전 법무장관이 검찰에 비공개 소환된 1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내를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주요 수사를 단계별로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하라는 법무부 개혁안에 대해 "검찰청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법무부의 일방적인 졸속 개혁 추진이 검찰과 충돌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지난 12일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지휘 감독 강화와 직접 수사부서 37개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법무부의 개혁안을 확인했다. 앞서 8일 법무부는 이 개혁안을 검찰과 협의 한번 없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대검 간부들은 연일 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서 윤 총장은 대검 간부들에게 "법무부가 현행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국가 반부패 대응역량이 축소되지 않도록 엄정 대응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한 간부는 "(총장은) 원칙을 말씀했지만 어조나 표정이 상당히 격앙돼 있었다"며 "사실 다른 간부들 대부분도 ‘황당하다’, ‘어처구니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윤 총장은 특히 검찰의 중요 사건에 대해 총장이 법무 장관에게 수사 단계별로 상황을 보고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검찰사무보고규칙' 개정안을 지목한 것이다. 법무부령인 검찰사무보고규칙은 검찰청법을 준수하도록 되어 있는 하위 규정이다.

검찰청법은 법무장관으로 하여금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검찰 수사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정부가 일선 검찰청의 수사에 직접 지시·관여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다. 또 일선 검찰청 장들의 수사보고 의무를 정한 '검찰보고사무규칙'은 보고 대상을 사건의 발생·수리·처분·재판결과로만 정하고 있을 뿐, '수사진행 상황'은 포함돼 있지 않다. 법무부가 구체적인 수사진행 상황을 알게 되면 사실상 주요 수사를 장관이 직접 지휘·감독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되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가 마음대로 손 볼 수 있는 하위 규정을 고쳐 근거 법령인 검찰청법이 금지하고 있는 수사 개입을 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한 간부는 "수사의 밀행성, 독립성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수사진행 상황을 낱낱이 보고하라는 지시는 군사정부 때도 대놓고 못하던 일"이라고 했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현 정권은 국정원 댓글사건 때 법무부 외압을 온몸으로 막은 기개를 높이 사 윤 총장을 검찰수장에 임명한 것 아니냐"며 "자신들이 관여하면 민주적 통제이고, 지난 정부의 관여는 적폐라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이번 법무부 개혁안은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민변 회장 출신인 송두환 변호사가 이끈 대검 검찰개혁위원회는 작년 3월 "검찰보고사무규칙은 제5공화국 정권이 검찰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대표적 제도로 사실상 법무장관의 수사 관여를 가능하게 한 것"이라며 "법무장관은 반드시 서면으로 검찰총장을 지휘하고, 수사 사건은 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만 법무장관에게 보고하는 게 맞는다"고 권고했다. 현행 규칙도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해치는 독소조항이어서, 오히려 더 법무부의 관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검찰 한 간부는 "정치권력이 검찰을 통제하기 위해 30여 년 전에 만들어진 현행 규칙도 문제인데, 법무부는 이보다 더한 통제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방안"이라고 했다. 법무부의 이 같은 조치가 지난 8월 조국 전 법무장관 관련 압수 수색이 법무부에 사전 보고되지 않은 데 대한 보복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법무장관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김오수 차관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추진상황 점검 당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에게 보고된 법무부 개혁안에는 전국 검찰청의 직접수사 부서를 서울중앙지검과 대구·광주지검의 반부패수사부 4개만 남기고 모두 폐지하는 방안도 담겼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퇴임 직전 관철시킨 특수부 축소·폐지에 이어 검찰의 독자적인 수사 착수를 아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 같은 검찰 직제 개편을 위해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연내 개정하겠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직제 개편이 현실화되면 형사·공판부를 제외한 전국 검찰청의 공공수사부와 외사부, 강력부 등이 모두 폐지된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반부패수사 1·2부를 제외한 12개 직접수사 부서가 사라진다. 증권범죄를 전담하는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조사부, 현 정부 들어 수사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신설된 대전지검의 특허범죄조사부, 수원지검의 산업기술범죄수사부 등도 폐지 대상이다.

대검은 전날 전국 검찰청의 폐지 대상 부서 부장검사들을 대상으로 긴급의견조회에 들어갔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의 직제 개편안은 앞으로 검찰은 권력형 비리에 신경 끄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수사력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을 검찰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정한 것에 대해 항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그러나 이날 국회에서 검찰개혁 추진 상황 점검 당정회의를 열고 법무부가 보고한 개혁안을 올해 안에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검찰개혁은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다. 돌이킬 수도, 방향을 바꿀 수도, 속도를 늦출 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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