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병제' 추진 두고 與양정철·김해영 충돌

유병훈 기자
입력 2019.11.14 16:16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9월 열린 더불어 2019 정책페스티벌 평화경제 대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모병제 공약 추진을 두고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김해영 최고위원이 최근 지도부 회의에서 충돌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8일 당 확대간부회의 전 비공개회의에서 김 최고위원은 양 원장에게 "왜 모병제 같은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현안을 사전 논의도 없이 진행하느냐"고 이견을 제기했다고 한다. "중대 사안은 최고위나 정책위원회 논의를 거쳐 당의 정제된 입장을 얘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양 원장은 "(언론에 보도된 것은) 민주연구원의 개별 연구 자료"라면서 "일을 진행하는 과정으로 이해해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연구원은 지난 7일 '모병제는 인구절벽 시대에 병역(兵役) 자원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정책 브리핑 자료를 냈다. 연구원은 이 자료에서 "2025년부터 군 징집 인원이 부족해 징병제를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계획대로 50만 군(사병 30만) 및 병 복무 기간 18개월을 유지해도 병역 자원 확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모병제 전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이 내년 총선 공약으로 모병제를 검토 중이란 해석이 나오자 김 최고위원과 양 원장이 충돌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비공개회의 후 시작된 최고위원 회의에서 공개 발언을 통해 "모병제로의 전환은 개헌 사항이며 현재 상황에서 시기상조라 판단한다"면서 "엄중한 안보현실에 비춰볼 때, 섣부른 모병제 전환은 안보에 대한 국민불안을 야기하고 우리 군의 최적 전투력 유지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끝난 후 이번에는 장경태 전국청년·대학생위원장이 "(모병제는) 이제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반박하고 나왔다. 장 위원장은 "인구절벽이 가속화되면서 징집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전환 시기와 전환 과정 등 우리사회가 미래로 한 걸음 더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고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같이 공개·비공개 석상에서 모병제를 두고 당내 마찰이 나타나자 당시 이인영 원내대표는 "당에서는 (모병제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 없고, 오늘도 개인적 의견들을 피력한 것"이라면서 논쟁을 일단락지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민주당과 민주연구원 간의 총선 공약 주도권을 두고 갈등이 노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연구원이 최근 모병제나 청년 신도시 등 내년 총선을 겨냥한 공약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데 대해 당 일각에서는 "민주연구원이 당과 사전 논의 없이 월권하는 것 아닌가"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양 원장이 스포트라이트를 과하게 받는 것은 양 원장뿐 아니라 당에도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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