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경찰차 던져 교문통과' 수험생 구한 투캅스… "시험 잘봐"

권오은 기자 이은영 기자 이소연 기자
입력 2019.11.14 11:25 수정 2019.11.14 11:49
수험생 태우고 달린 서울 마포경찰서 박우석 경장·장진명 순경
입실 완료까지 7분 앞두고 5.8㎞…"시민들이 길 내주더라"
"교문과 부딪칠 것 같았지만 ‘나중에 물어주지’하는 마음"
이화외고 "경찰, 공무를 위한 일...보상 요구 안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린 14일. 이날 오전 8시 12분쯤 수능 시험장인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교문에서 ‘쿵’ 소리가 났다. 수험생을 태운 경찰차가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절반 쯤 열어둔 학교 교문 사이를 ‘간발의 차이’로 들어갔다. 교문 앞에서 상황을 목격한 취재진 사이에서는 경찰의 과감한 판단에 "오오오~"라는 함성이 나오기도 했다.

14일 수험생을 위해 쉼 없이 달렸던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박우석 경장(오른쪽)과 장진명 순경. /이은영 기자
학생 수송 작전에 성공한 주인공은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소속 박우석 경장과 장진명 순경이다. 두 사람은 "경찰차가 긁힐 것 같기는 했지만, 일단 수험생을 들여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했다.

이들이 태운 수험생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은 오전 7시 45분쯤 마포구 월드컵 경기장이었다. 수험생은 경찰차를 기다리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일단 아버지의 차를 타고 합정역까지 이동했다. 이후 8시 3분쯤 마포구 서울지하철 6호선 합정역에서 경찰차에 올랐다. 합정역과 시험장인 서울 중구 이화외고까지의 최단 거리는 5.8㎞였는데, 입실 완료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7분이었다. 평소 20여 분이 걸리는 길이었다.

박 경장은 "행선지를 듣고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지만, ‘일단 가보자’하고 생각했다"며 "사이렌 울리고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며 속도를 높였다"고 했다. 특히 길이 막히는 곳에서 확성기로 "수험생이 타고 있다"고 방송하자 앞에 있던 차들이 길을 내줬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충정로역을 지났을 때가 오전 8시 8분이었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 수험생은 경찰차 뒷좌석에 앉아서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박 경장은 "학생이 거의 포기한 것처럼 울었다"며 "그래도 ‘가보자’라고 다독이며 내달렸다"고 했다.

정문에 도착했을 때는 입실 완료 시간에서 2분 지난 오전 8시 12분이었다. 차량 진입이 금지된 정문은 승용차 한대 넓이 정도만 열려 있었다. 박 경장은 "‘나중에 물어주면 되지’하는 마음으로 일단 들어갔다"며 "정문 앞에 내려서 뛰어가라고 할 수도 없지 않느냐"라고 했다.

결국 경찰차 왼쪽 문과 정문의 일부가 부딪쳤다. 경찰차는 멈추지 않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시험장 앞에 수험생을 내려줬다. 시험장으로 향해야 할지 감사 인사부터 전해야 할지 갈팡질팡했던 수험생에게, 박 경장과 장 순경은 "어서 뛰어가서 시험 잘 보라"고 말하며 다독였다.

14일 오전 경찰차에 부딪힌 서울 중구 이화외고 정문 걸쇠가 떨어져 나가있다. /이은영 기자
이들이 처음 만난 수험생을 위해 애썼던 이유는 남 일 같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경찰시험을 준비할 때 정말 간절했다. 그때 생각이 참 나더라. 나도 그때 절박한 마음으로 시험 준비하고 치르러 갔는데, 수험생이 ‘엉엉’ 우니까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아서 앞뒤 잴 것 없이 달렸다."

수험생을 내려주고 나오는 경찰들을 향해 취재진은 박수를 보냈다. "칭찬받을 일 아니다"라고 멋쩍어하던 박 경장과 장 순경은 이들이 바래다준 수험생이 입실해 시험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마음 편히 웃었다. 그러면서도 "안정된 상태에서 시험을 봤어야 하는데 하도 울어서 어쩌나"라고 했다.

교문이 일부 파손된 이화외고 측은 "파손 정도도 크지 않고, 공무를 위해 한 일인 만큼 학교가 알아서 수리하겠다"며 경찰에게 보상을 요구하지 않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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