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의 워싱턴 Live] 美고위급 "TISA로 지소미아 대체? 한국이 과신하는 이유 모르겠다"

입력 2019.11.14 03:00

"文정부가 믿는 TISA, 미국 협력 없이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어"
TISA는 핵미사일만 대상, 비밀공유 지소미아보다 훨씬 제한적
美, 지소미아 종료와 연장에 대비해 서로 다른 2개의 성명 준비

오는 23일 지소미아(GSOMIA,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앞둔 워싱턴 분위기는 긴박하고 냉랭하다. 미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와 연장, 각각의 가능성에 대비해 두 개의 성명을 준비해놓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전문가는 이날 "오늘 만난 거의 모든 사람과 지소미아에 대해 논의했을 정도로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소미아 연장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라면서, "한국이 한·일 갈등 때문에 한·미 동맹에 불필요한 긴장을 만들어내고 방치하는 지금 상황에 다들 답답해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최근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티사'(TISA, 한·미·일 정보공유약정)가 '지소미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과신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티사는 미국의 협력 없이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지소미아 종료 후 생길 안보 공백 우려에 대해 한국 정부가 티사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티사는 미국을 매개로 작동하는 만큼 미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한국이 기대하는 식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였다.

티사는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에 한해서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매개로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티사로는 부족했기 때문에 미국이 지소미아를 공들여 추진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최근 워싱턴을 방문한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모든 군사정보, 2급 이하의 어떤 비밀 정보라도 교환이 가능한 지소미아와 달리 티사는 핵미사일 관련 정보만을 대상으로 한다"면서 지소미아와 티사는 정보 제공의 범위와 법적 보장 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14~15일 서울에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이 참여하는 한·미 국방 당국 간 회담 등이 열린다. 워싱턴에는 막판 압박과 설득을 통해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하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어차피 문재인 정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을 테니 한·미 동맹이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체념적인 분위기도 있다.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한국의 설득 공세는 미국의 한반도·아시아·안보 전문가들에게 '지소미아 파기의 불가피성'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소미아는 한·일 관계와 관련된 문제이지 한·미 동맹과는 무관하다' '한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전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종료 결정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한국 측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10일 미국의소리(VOA)에 "한국은 지소미아를 일본과의 양자관계 맥락에서만 접근하는 것 같은데, 미국은 지소미아를 일본 문제라기보다는 지역안보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스콧 해럴드 랜드연구소 선임 정치학자는 최근 디플로맷 기고에서 "미국은 문재인 정부의 (종료) 결정이 불만스러울 뿐 아니라 이 결정이 미국 안보와 한·미 동맹에 상당히 해를 끼칠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점을 고위급에서 명확하게 밝혀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일본과의 정보 공유 관계를 끊어버림으로써 미국의 국방 부담을 증가시킨다면 미국의 신뢰를 잃게 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VOA는 10일 한·미 동맹이 지소미아 파기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한국 안보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의 한 안보 전문가는 12일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고수할 경우 한국이 동맹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라며 "지소미아 파기의 후폭풍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 트럼프 행정부 관리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반응은 한·미가 그간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쌓아왔던 이견과 오해 때문에 생긴 감정이 더해진 측면도 있다"고 했다.

☞티사(TISA·Trilateral Information Sharing Arrangement)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매개로 북한 핵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3국 간 정보 공유 약정. 광범위한 군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지소미아와 달리 공유 범위가 제한적이다.




조선일보 A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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