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방대원의 고귀한 희생과 부모들의 품격 있는 추모

입력 2019.11.14 03:19

박단비 구급대원은 독도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소방대원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대학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하고 소방 구조 대원 꿈을 키워오다 지난해 10월 중앙119구조본부에 배치된 새내기 대원이었다. 차만 타도 멀미할 정도였지만 구급 헬기 안에서는 누구보다 환자 구조에 열심이었다고 한다. 지난달 31일 밤 구조 헬기 '영남 1호'에 올라 독도 남쪽 해상에서 다친 선원을 구조해 돌아오다 헬기가 추락하고 말았다.

박 대원이 12일 바다 밑에서 떠올라 부모 품에 안겼다. 실종 13일 만이다. 스물아홉, 채 피어보지도 못한 나이였다. 딸의 주검을 맞닥뜨린 박 대원 부모는 슬픔을 삭이며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다른 희생자 가족들을 챙겼다고 한다. 어머니는 "실종자 가족들이 서로 의지하며 애를 태웠는데 우리 딸을 먼저 품에 안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다른 실종자들이 우리 딸에게 얼른 나가라고 밀어준 것 같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가족들도 "찾아서 정말 다행"이라며 서로 부둥켜안고 격려했다고 한다.

박 대원 부모는 열흘 넘게 실종자 수색에 매달리고 있는 수색대원들 걱정도 잊지 않았다. 아버지는 "수색대원들이 추운 날씨에 지쳐 힘들 것"이라며 "정부가 앞으로 구조 활동에는 절대적으로 안전한 장비를 보급해 다시는 사고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한다"고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잃은 부모의 비통함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다른 희생자들을 먼저 챙기고 수색대원들을 배려했다. 그러면서 "가슴 아프지만 우리 딸은 자랑스럽게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하늘나라로 보내주기로 했다"며 딸의 희생을 추모했다.

매년 500명 넘는 소방관들이 공무 중 다치거나 순직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임무 수행 중 순직한 경찰관은 45명, 부상한 사람은 5200명에 달한다. 우리 사회가 지금 이만큼이라도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안위(安危)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분들의 희생 덕분이다. 한 소방대원의 고귀한 희생정신과 그 부모의 의연한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조선일보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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