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행정부 젊은 韓人 신화 '미나 장', 학력 위조로 좌초 위기

유진우 기자 이정수 인턴기자
입력 2019.11.13 12:33 수정 2019.11.13 20:06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력도, 타임지 표지 장식 사진도 전부 가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30대 한인 여성으로서 이례적으로 국무부 부차관보(deputy assistant secretary)라는 고위직에 오른 미나 장(Mina Chang·35)이 12일(현지 시각) 학력 위조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언론들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 고학력자, 전 세계 험지를 돌아다니는 국제 구호단체 최고경영자(CEO), 음반을 낸 가수라는 화려한 이력을 바탕으로 고위직에 추대된 그의 행적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부터 거짓인지 일제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NBC는 12일 "미나 장 미 국무부 분쟁안정국(Bureau of Conflict and Stability Operations) 부차관보가 본인 학력을 부풀리고, 이전 봉사 경력도 과장했다"고 폭로했다. 국무부 부차관보는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으면서 미국 국가 기밀을 다루는 주요 보직이다.

미나 장 미 국무부 분쟁안정국(Bureau of Conflict and Stability Operations) 부차관보. /미 국무부
미나 장은 텍사스주(州) 달라스에서 자란 재미교포 2세다.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USAID 부처장(Assistant administrator)으로 직접 지명해 미국 전역에서 화제거리로 떠올랐다. 미 국무부 산하 부처 USAID는 매년 국무부와 함께 400억달러(약 46조7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주무르는 핵심부처다. 미 정부가 주관하는 국제 원조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도맡기 때문에 이스라엘처럼 미국 군사 원조가 절실한 국가부터 식량 배급이 필요한 저개발 국가에 이르기 까지 미치는 입김이 상당하다. USAID가 단독으로 유용할 수 있는 예산만 최소 10억달러(약 1조 1700억원).

여기에 미나 장은 일반 정부 관료로선 이례적으로 많은 4만2000명의 사회관계망 팔로워 수와 군과 관을 넘나드는 화려한 인맥을 자랑했다. 미나 장 본인이 직접 계정에 올린 사진에는 빌 클린턴 전(前) 대통령,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 장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부시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 칼 로브 전 백악관 고문 같은 워싱턴 정가 유명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또 2009년 미국과 한국에서 정식으로 앨범을 낸 가수 출신이라는 이색 이력까지 더해지며 미나 장은 외교 경력 한 줄 없이 ‘필리핀 대사(大使) 내정설’이 나돌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촉망 받는 젊은 기수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상원에 미나 장을 부처장으로 인준해달라고 요청하며 힘을 실어줬다. 현재 맡은 분쟁안정국 부차관보 자리는 USAID 부처장으로 가기 전에 잠시 연방 의회 상원 인준을 기다리는 자리 정도로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나 장이 아이티와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해 전 세계 40여개 나라에서 원조, 개발 지원정책 연구 등을 하는 '링킹 더 월드(Linking the World)' 대표를 맡았던 경험을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링킹 더 월드는 드론을 이용해 위험에 처한 재난국가의 인명을 구하고, 수십개국 오지에 학교를 지으면서 인지도를 높인 비영리 국제 구호단체다.

비영리 국제구호단체를 표방하던 '링킹 더 월드(Linking the World)' 대표 시절 미나 장. /유튜브
그러나 NBC에 따르면 미나 장이 운영했던 링킹 더 월드의 예산은 고작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 남짓. 세금 신고서를 기준으로 따져봐도 1만달러(약 1170만원) 이상 해외에서 예산을 쓴 내역이 없고, 해외 체류 직원이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는 ‘링킹 더 월드가 주도적으로 벌였다던 해외 구호 활동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고 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USAID 부처장 지명 요청을 철회했다. 정확한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연방 상원 외교위원회가 링킹 더 월드 활동 경력을 증명할 추가 자료를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을 것으로 짐작한다고 NBC는 전했다.

이후 미나 장이 자기소개서(레쥬메)에 기입한 학력 역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는 스스로 제출한 공식 프로필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졸업생(alumna)이고, 미국 육군대학원(Army War College)를 졸업(graduate)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하버드대에서는 2016년 7주짜리 단기 교육 과정을 수료했을 뿐이고, 정식 학위는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대학원 학위 역시 고작 4일간 열린 국가안보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것이 전부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학력은 기독교 선교단체가 전 세계 600여곳에서 운영하는 비인가 교육기관 ‘열방대학(University of Nations)’ 졸업이 전부인 것으로 파악된다.

경력과 학력으로 이어진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았다. 그는 2017년 링크 더 월드 홍보 영상에서 세계적인 시사 주간지 ‘타임(Time)’지 표지에 자기 얼굴이 나왔다고 자랑하며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표지를 수시로 보여줬다.

하지만 정작 타임 측에서는 진위 여부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자 ‘(미나 장이 나온)이 표지는 가짜’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현재 링크 더 월드는 타임지 표지가 등장하는 영상을 모두 내린 상태다.

미나 장이 자신의 얼굴이 쓰였다고 주장한 가짜 타임지 표지(왼쪽)과 2009년 한국에 발매한 음반. /링크 더 월드
제임스 프피너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미나 장 사례는 트럼프 행정부가 요직에 앉힐 인사 검증을 얼마나 느슨하게 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전 정부가 정해진 원칙대로 신원 조회를 실시한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구두 약속으로 철저한 심사를 대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 국무부와 미나 장은 현재 이 논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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